마경찬의 여행편지2014. 9. 26. 06:00

 

아직까지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아일랜드는 다소 생소한 여행지다. 간혹 영국과 아일랜드를 묶은 패키지여행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벨파스트와 더블린을 23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정도다.

 

이런 아일랜드를 10일에 걸쳐 다녀왔다. 현지관계자 말로는 10일의 일정으로 아일랜드만을 찾은 여행팀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기대감과 함께 많은 걱정을 안고 첫 팀이 출발했다.

 

아일랜드의 하늘은 정말 변화무쌍했다. 낮게 깔린 먹구름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이 음울한 색채를 띠다가도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나면 맑고 투명한 하늘에 무지개가 걸리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했다. 게다가 반팔을 입다가 황급히 스웨터를 걸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아일랜드의 일기는 항상 맑고 비오며 따듯하고 춥다.’라고 예보하면 틀림없었다. 이처럼 변덕스런 날씨가 결코 싫지는 않았다. 참 아일랜드다운 날씨였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를 일주하면서 수많은 성채를 만났다. 그것도 대부분 반쯤 허물어진 상태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바이킹과 맞서 싸워야 했던 아일랜드 켈트족들의 흔적들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성채들이지만 그 느낌을 다르게 만들어 준 것은 역시 날씨였다.

 

파란 하늘을 인 성채 위로 뭉게구름이 피어나는가 하면 스산한 바람과 함께 먹구름이 밀려오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멋진 왕자가 사는 성이 되기도 하고 드라큐라가 사는 성이 되기도 했다.

 

햇살 가득한 아일랜드의 전원은 참으로 평화롭고 포근했다. 거칠기는 하지만 푸르른 초원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는 굽이굽이 샛강이 여유 있게 흘렀다. 길가에는 꽃들이 만발했고 눈에 들어오는 농가의 모습도 하나 같이 예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순간의 아일랜드 대지는 처량할 정도로 우울했다.

 

아일랜드 여행은 해안의 깎아지른 절벽들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가 없다. 벨파스트의 로프 브릿지 지역이나 골웨이 인근의 모허 절벽, 그리고 아란제도 이니시모어 섬의 던 앵구스 등이 대표적이다.

 

 

 

 

바짝 엎드린 채 조심조심 기어가 내려다본 절벽 아래 세상은 무시무시한 파도가 쉼 없이 절벽을 때리고 있어 절로 오금이 저렸다. 그러면서도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경관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무시무시한 절벽이지만 그 위는 부드러운 초원이 형성돼 있어 평화로운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절벽을 방문할 때마다 맑은 날씨가 이어지다가도 갑자기 세찬 바람과 함께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럴 때면 해안절벽도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하곤 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아일랜드와 관련된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자료마다 가장 아일랜드다운 풍경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가장 아일랜드다운 풍경. 소박한 정감이 드는 링 오브 케리 지역을 소개할 때도 등장하고 아란제도의 섬들도 같은 표현이 자주 나왔다. 안내를 맡았던 가이드는 킬모어 수도원 가는 길에 만난 코네마라 국립공원의 빙하호수 지역을 가장 아일랜드다운 풍경이라고 소개했다.

 

아일랜드의 자연은 그 자체로도 무척이나 다양하고 아름다웠다. 해안의 단애와 초원, 빙하 호수들, , 기이한 산세 등등. 정말 기대를 훨씬 뛰어 넘었다.

 

그런데 이 모든 풍광들은 포근하지만 어딘지 쓸쓸했다. 아름답지만 왠지 음울했다. 이 어울리지 않는 묘한 대조가 아일랜드의 진짜 매력인 것 같았다. 이처럼 같은 장소에서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감동의 연출자는 다름 아닌 하늘이었다. 가장 아일랜드다운 풍경은 아일랜드의 하늘, 날씨였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