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4. 11. 4. 06:00

 

테마세이투어의 여행 중에는 아직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좀처럼 모객이 안 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립공원순례 12이다. 미국 서부의 애리조나주와 유타주의 국립공원을 집중적으로 찾는 이 프로그램은 테마세이투어 최고의 여행상품이라고 자신할 만큼 상상 이상의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지난 3년 동안 단 2팀만 여행을 다녀 올 정도로 모객이 쉽지 않다. 이미 다녀온 분들 또한 이 좋은 프로그램이 외면 받는 것이 정말 불가사의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마도 여행 일정 중에 그랜드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이 포함되어 있어 이미 다녀온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캐피톨리프, 고블린, 모압과 아치스국립공원, 데드호스 포인트, 캐년랜드, 모뉴멘트밸리, 호스슈밴드, 앤털롭캐년 등으로 이어지는 미 서부 국립공원 투어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그랜드 캐년에 오면 오히려 모두가 시큰둥해진다. 그랜드 캐년이 시시하게 보일 정도로 다른 여행지들이 격정적인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여행은 시차를 두고 하나씩 소개할 생각이었다
. 그런데 첫 발표작인 미서부 국립공원 여행의 가치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랴부랴 두 번째 상품을 기획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콜로라도주와 와이오밍주를 연결하는 여행이 그것이다. 내년부터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50년간 휴식년에 돌입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만일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죽기 전에 옐로스톤을 보지 못한다는 고객들의 성화에 등 떠밀려서 지난 8월에 23명의 일행들과 함께 콜로라도주로 떠났다.

 

콜로라도&옐로스톤여행은 미국 국립공원순례와는 확실히 달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황량하고 거친 야성미가 매력인 미 서부에 비해 무척이나 풍요롭다는 점이었다. 미 서부가 황갈색이라면 콜로라도와 와이오밍은 초록색이었다. 특히 콜로라도 고원에 드넓게 형성된 소위 레인지라고 일컫는 대규모 농장에는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겨가며 서부로 이주해온 개척자들의 애환과 꿈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콜로라도주의 여행지는 무척이나 다양하고 신기해서 여행 중에
미국은 땅이 넓으니 정말 신비로운 곳도 많다는 말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 웅장한 로키산맥의 설산을 배경으로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고, 그 초원과 로키산맥 사이에 뜬금없이 거대한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사막이 나타났다. 그레이트 샌듄 국립공원이다. 그런가 하면 아슬아슬한 절벽에 형성된 인디언들의 주거 유적지인 메사버드도 만났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블랙캐년에서 맞닥트린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무시무시한 협곡에 가슴을 졸이다가 콜로라도 내셔널 모뉴먼트에서는 비바람에 맞선 긴 세월의 훈장인 양 갖가지 형태의 돌기둥들이 계곡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절경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콜로라도에서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에서는 장쾌한 로키산의 위용에 가슴을 힘껏 열어젖히고 폐속 깊이 청명한 공기를 맘껏 호흡할 수 있었다. 게다가 거칠 것 없이 웅장한 산세를 뽐내는 로키산맥의 품속에는 예쁜 호수들이 자리하고 있어 상쾌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콜로라도에 이어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진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옐로스톤은 단일 국립공원으로는 단연 세계 최고였다.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화려한 색채를 띤 대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이저들이 연이어 나타나는가 하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벽이 등장하고, 폭발할 듯 통렬하게 쏟아지는 폭포줄기가 귓전을 때리다가도 어느새 고요하고 적막한 초원이 가슴에 적셔드는 곳, 옐로스톤은 단연 최고의 비경지대였다.

 

미국 국립공원순례와 콜로라도&옐로스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여행프로그램은 이제 내년에나 가능하다. 내년엔 두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은 장기 여행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