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4. 9. 2. 06:00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군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결국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독일 여행은 바로 이 기간에 이뤄졌다.

 

사실 여행 중 이런 이벤트를 만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작년 5월 독일 여행 당시에도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간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

 

이번 월드컵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국가대항전인데다 독일이 승승장구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2002년 월드컵 같은 뜨거운 열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우리가 도착한 첫날, 하이델베르크의 저녁식사 시간에 브라질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8강전이 열렸다. 예약 식당이 전통 있는 학사주점이라 응원 열기로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식당에 있는 손님부터 종업원까지 모두가 TV 앞에 모여 조용히 집중해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경기가 독일의 승리로 끝나자 약간의 환호성이 이는 정도가 끝이었다.

 

이런 광경은 독일이 4, 결승까지 차례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계속됐다. 4강전이 있었던 오버아머가우에서도 몇몇 젊은이들이 국기를 몸에 두른 정도가 다였다.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월드컵 특수를 이용한 광고판이 아니라면 월드컵 분위기는 느끼기도 힘들었다. 프로축구가 열리는 날엔 운동장이 꽉 차는 것은 물론 도시전체가 들썩이는 축구의 나라 분위기로는 좀 의외였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독일 가이드는 독일이 전범국이었던 과거 때문인 것 같다고 나름 진단했다. 독일이 지난 1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면서 국가를 상징하는 것들이 암묵적인 금기가 되어왔다는 것이다. 스스로 과거를 반성하고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국기를 흔드는 것도 국가적인 큰 행사가 있을 때가 아니면 볼 수가 없고, 학교에서조차 국가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사라지는 중이지만 아직까지도 사회 전반에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이번 독일 여행은 일제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유니폼에 새겨 넣은 일본과는 너무나 다른 독일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추혁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