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 다닐 때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길을 잃는대도, 돈을 잃어버린대도, 가방이 없어진대도, 여기 또한 사람 사는 곳이기에 필요한 것은 현지조달하면 그만이고, 없으면 또 없는 대로 그럭저럭 지내면 됐다. 하지만 인솔자로 여행을 다니면서부터는 두려운 것이 많아졌다.
지난 6월 말 4개국을 넘나드는 11일간의 여행 인솔길, 파리를 거쳐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8개의 가방이 안 왔다. 머리가 하얘졌다.
잠 못 이루던 그 날 새벽에야 공항에 짐이 도착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가서 캐리어 6개를 직접 가져왔다. 하지만 나머지 가방 2개는 파리, 바르셀로나, 니스를 떠돌다가 결국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 스위스에서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짐이 없는 그 불편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랴. 짐이 안 온 여행자는 함께하는 여행에 피해가 갈까봐 내색도 못하고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고, 난 여행 내내 가시방석이었다. 함께한 여행자들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여행은 무사히 마치게 되었지만 이 경험은 나에게 굉장히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동안의 직간접 경험상 가방이 아예 분실되는 일은 거의 없다. 단지 언제 받느냐의 문제다. 나는 애간장이 타는 데 “기다려라. 찾게 되면 보내준다”는 사무적인 말만 반복하는 항공사가 그렇게 야속할 수 없었다.
그 여행을 마치고 3일 만에 다시 아이슬란드 인솔길에 올랐다. 헬싱키를 거쳐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니 맙소사! 또 내 짐을 포함해 가방 5개가 실종. 아이슬란드에선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고,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귀중한 시간과 돈을 들인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어야만 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지난 번 경험덕분에 대처가 빨랐다는 것이다. 불우 이웃 돕기 하듯 당장 필요한 물품들을 조금씩 걷어 짐이 안 온 여행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시내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다행히 자신의 일인 양 걱정해주고 아낌없이 나누어준 여행자들과 끊임없이 가방추적을 해준 서울 사무실 덕분에, 여행 3일째 만에 모든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의 시련으로 나는 더욱 단련되어졌고 여행자들은 귀한 여행의 기술을 습득했다. 하루 이틀 정도 버틸 수 있는 옷차림이나 물품들은 기내용 가방에 챙길 것, 부치는 수하물에는 복용하는 약 등의 중요물품이나 귀중품 등은 넣지 말 것. 돌발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단단한 마음으로 여행을 계속할 것, 혹시 모를 수하물 분실의 위험에 대처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더는 나를 시련에 빠뜨리지 마소서~.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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