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12. 24. 06:00

 

요즘,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말 그대로 출연자들이 삼시세끼를 해 먹는 프로그램인데, 재료를 구하는 일부터 요리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 요리 비법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두 남자가 좌충우돌 엉망진창 세 끼를 차려내는 모습은 차라리 시청자들에게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그러나 시청을 하고 있자면 충족감이 든다. 하루 세 번 끼니를 챙기는 일은 하루의 완성이다. 배부르다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삼시세끼란 참 행복한 말이다.

 

 

 

 

그런데, 삼시세끼를 챙기지 않는 나라도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가 그렇다. 나는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지낸 적이 있다. 그런데 식사가 갑자기 바뀌어서인지 장기간 배앓이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병원을 가게 되었는데, 의사가 식사 할 때마다 먹으세요.’ 하고 약 복용법을 설명하였다. 그래서 내가 하루 세 번입니까?’라고 물으니,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침은 식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와 대화를 끝낸 의사는 한국식 식사 습관에 맞추어 복용 용량을 다시 정해 주어야 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아침은 식사가 아니다. 여행자가 흔히 꿈꾸는 현지인과 같은 생활을 이탈리아에서 실천하자면, 특히 나처럼 아침을 가장 중요시 하는 사람은 하루 종일 배가 고플 것이다. 운전사 아저씨들도, 여행자도, 커리어우먼도, 아침은 주로 카페에서 달콤한 빵 하나와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나는 빵은 식사로 치지도 않는다. 더욱이 에스프레소는 한 모금 감이다. 성에 차지 않는 이 두 조합으로 반나절을 버틴다는 것은 나에게 무리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삼시세끼의 식습관조차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접하면서 나도 변화되었다. 배가 부르면 대강 때우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밥을 때운다.’거나, ‘건너뛴다.’라는 한국말의 어감이 옹색하고 슬프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몇 번의 이()문화 경험만으로 문화적 관습이 바뀌기는 쉽지 않나 보다.

 

휴게실에 간식이 가득한 테마세이투어의 많은 직원들이 입사 후 살이 찌게 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구지회]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