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11. 18. 06:00

 

요즘 나의 관심사 중 하나가 조선이다. 오래 전 사두고 방치했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기 시작했고, 주말을 이용해 고궁 가이드 투어도 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경복궁에 위치한 경회루 내부 특별 관람을 신청해 다녀왔다. 경회루는 조선시대 사신의 접대와 궁중 연회가 베풀어졌던 공간으로, 경복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그래서 한정된 인원과 제한된 관람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문화 해설사와 함께하는 경회루 특별 관람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해설자의 적절한 설명과 투어 방식이었다. 40여분의 관람시간 중 절반은 해설자가 경회루에 대한 역사와 현재를 알려주고, 나머지 시간은 조선의 왕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껏 그 공간을 누리면 된다. 해설자의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듣고 있는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자연스레 우리 문화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게 해주었다.


유익했던 해설이 끝나고 드디어 가진 나만의 시간. 산들산들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경회루의 왕의 자리에 누워있자니 문득 출장길에 만났던 여러 현지 가이드 생각이 났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가이드는 포르투갈의 바탈랴 수도원에서 만난, 유난히 에너지가 넘쳤던 포르투갈 아줌마였다.

 

미완성으로 남겨진 팔각 모양의 장례 예배당에서 이곳은 왜 천장이 없냐는 우리 일행의 질문에 그녀는 파란 하늘을 가리키며 이렇게 대답했다.

 

이 보다 더 멋진 천장이 어디 있습니까!” 이 잊을 수 없는 한마디 말은 우리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어쩌면 수많은 방문지 중 하나로 남았을 바탈랴 수도원은 그녀의 너무나도 적절한 이 한마디에 평생 내 주변인들에게 두고두고 자랑하고픈 멋진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우리의 경회루에서건, 포르투갈의 바탈랴 수도원에서건 역시 여행에서는 가이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