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4. 11. 11. 14:31

 

흔히들 프랑스를 예술의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를 여러 번 다녀오고서도 그 말에 100%까지는 공감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미술관과 화가의 아틀리에를 방문했고, 그들의 작품 배경이 되었던 곳에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흔적을 더듬어 보았다. 물론 대부분 감동적이었다.

 

마티스가 말년에 병마와 싸우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방스의 로사리오 성당 앞에 섰을 때는 작업이 완성될 때까지만 생명을 연장시켜달라는 그의 간절한 기도가 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해서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무덤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럼에도 프랑스=예술의 나라라는 등식이 가슴 밑바닥까지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 내가, 지난 남프랑스 여행에선 역시 프랑스다워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며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 200% 공감하게 되었다.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 레 보 드 프로방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중세마을 고르드를 떠나 한참을 달리다보니 숲길 위로 거대한 바위 덩어리 하나가 솟아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바위덩어리가 아닌 거대한 성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CATHEDRALE D’IMAGES라는 곳이 있었는데,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이미지의 성당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도시마다 만나게 되는 흔한 성당 중 하나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곳은 성당이 아닌 신개념 미술관이라고 하면 적절할 것 같다. 액자에 걸려있는 명화들을 눈으로 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술관이 아니라 이곳은 눈과 귀를 동시에 열고 감상해야 하는 그런 전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원래 채석장이었던 곳인데, 이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여 텅 빈 거대한 공간의 기둥과 벽, 바닥에 이미지를 쏘고 그에 맞는 음악까지 곁들여 환상적인 영상쇼를 보여주었다.

 

1977년 최초의 전시가 열린 이래, 올해는 클림트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넓은 동굴의 내부 공간 이곳저곳에 비춰지는 클림트의 역작들에 한시도 눈을 돌릴 틈이 없었고 음향효과 또한 동굴 속의 공명을 이용하여 멋지게만 들렸다.

 

미술관에서 조용히 감상했던 그림들이 채석장의 온 벽과 바닥을 타고 음악과 함께 내 심장을 두드렸다. 이처럼 감동적인 예술 공간을 만들어 낸 현대 프랑스인들의 감각이 그저 경탄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왜 프랑스를 예술의 나라라고 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