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2. 5. 06:00

 

수원과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버스는 항상 만원이다. 광역버스 좌석제가 시행되면서 첫 출발지로 가서 줄을 서야만 이마저도 겨우 탈 수 있다.

 

테마세이투어의 신입사원이 된 나는 최근 이 줄에 합류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침저녁으로 버스를 기다리며 가만히 서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도 나는 서울역에서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커다란 무언가가 정면에서 불을 밝혔다. 그러더니 눈앞의 건물 외벽에 일곱 명의 거대한 사람들이 나타나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닌가. 바로 서울스퀘어 바깥벽 한 면 전체를 미디어 캔버스로 활용한 줄리안 오피의 ‘crowd’라는 작품이다.

 

 

 

 

그 안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은 동그란 얼굴의 형태만 가질 뿐 표정은 비어있었다. 저들은 도대체 어디로 저렇게 걷고 또 걷는 것일까.

 

그리고 영상물 밑으로 현실의 거리가 보였다. 바쁜 서울의 거리를 걷는 진짜 사람들은 마치 작품 안에 있는 사람들처럼 표정이 없는 것만 같았다. 짐 꾸러미를 한 움큼 가지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 그리고 그 사이로 본체만체 지나가는 사람들.

 

며칠 후 같은 장소에 서있는데 건물 벽면의 군중들이 또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좀 달리 보였다. 첫날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던 것이다. 그 안에는 서투른 신입사원인 내가 있었고, 수년간의 사회생활로 연륜이 쌓인 부장님도 있었다. 원하는 바를 이뤄내 당당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도 보였고, 장기간의 취업준비로 자신감이 떨어져 터벅터벅 걷는 내 친구도 있었다.

 

그러자 현실의 거리도 다르게 보였다. 표정 없이 차갑게만 보였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이 깃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생동감 있게 바뀐 것이다.

 

줄리안 오피 작품 속의 사람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후, 나의 출퇴근길도 여행길이 되었다. 멍하니 지나치기에 서울은 너무나도 많은 모습을 담고 있었다.

 

테마세이투어에서 여행은 습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떠날 때의 설렘을 늘 간직하고, 같은 것을 보고도 새롭게 느끼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아무리 여행을 많이 해도 감흥 없는 습관이 결코 되지 않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앞으로도 매일 봐야 할 서울의 모습이, 나의 소중한 출근길이 오래도록 결코 습관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오늘도 출근 여행을 즐겼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