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2. 10. 06:00

 

대학생이 된 이후로 줄곧 서울에서 살던 나는 작년 봄, 불쑥 서울을 떠났다. 매일 야근과 주말 근무,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한계점에 다다라 있었다. 도시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이왕 거주지를 옮기는 김에, 나의 삶에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보기로 했다. 내가 살고 싶던 도시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을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이사 간 시골 동네는 콘크리트길과 빌딩숲 대신 흙이 있고, 나무가 있고, 바람이 있는 곳이었다. 특히 가까운 곳에 넓은 호수가 있어, 해질녘 호숫가에 나가면 오후의 마지막 햇살이 반짝이고, 노을이 지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른 별이 총총히 뜨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여유를 되찾자, 이제 새로운 꿍꿍이를 모색해보기로 했다. 어쩌면 오늘의 행복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우리 사회에서, 호기심과 상상력을 마음껏 실험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 더 재미난 일상을 모색하는 어떤날 연구소가 태어났다. 그곳에서 세계여행사진전을 열고, 취향탐구강좌를 만들고, 인생꿍꿍이상담소를 운영하고, 잡지를 발간하고, 강연활동을 하며 1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늦가을,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이제는 테마세이투어 신입사원으로 또 다른 삶이 시작되었다. 지난 금요일은 서울에 다시 온 지 딱 두 달이 되는 날이었다. 퇴근길에 사무실 인근의 통인시장에 들러 과일을 샀다. 한 무더기에 삼천 원 하는 귤, 알알이 진한 석류, 너무 빨갛게 익어서 터질 듯한 대봉감 홍시도 샀다. 바람과 비속에서 잘 영근 과일을 먹으면 몸이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저녁 내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배가 찢어지게 웃고, 잘 먹고, 잘 자고, 느지막이 깨었다. 평화롭고 행복한 아침이었다. 큰 변화가 지나가고 다시 일상이 찾아온 것이다.

 

이제 2015년을 계획하며 또다시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해본다. 새로운 터전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한 해도 힘써 일하고, 먹고, 사랑하며, 삶이 주는 기쁨들을 만끽하며 살고 싶다. 게다가 이제 며칠 후엔 나의 첫 출장지 인도네팔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혼자 여행해오던 나라들을 나의 손님들과 함께 다시 가보는 그림을 몇 번이고 다시 그려보고 상상해본다. 든든한 투어리더로, 센스 있는 조력자로, 때로는 여정의 순간순간들을 함께 경험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이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그렇게 새로 만나는 인연들과 잘 흘러가며 오늘을, 또 내일을 즐거웁게 살고 싶다. 이 길이 지금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임을 믿으며. [고은초]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