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2. 25. 06:00

 

나에게 있어 2014년은 여러모로 의미 있고 특별한 해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여행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또 하나 재미있는 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극적으로 덥고도 추운 한 해였다는 점이다. 2014, 내가 여행을 다니며 겪었던 날씨의 극과 극을 소개한다.

 

우선 가장 더웠던 곳은 미국 횡단 여행에서의 미국 서부 사막지대이다. 당시 방문한 때가 9월 중순이어서 이 지역 기준으로는 사실상 여름 더위가 한 풀 꺾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더웠다. 그것도 매우.

 

 

 

 

 

 

내 기억 속 최고의 온도는 38-40. 텍사스 수도인 오스틴에서다. 서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곳에서 20분 걷고 의식이 흐려질 때쯤 길가에 왜 사람들이 없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겨우 들어간 편의점에서 2L 물을 계산한 후 바로 벌컥벌컥 들이키며 오늘 왜 이렇게 더운 거야라고 물으니 바로 날아오는 답변이 날 침묵시켰다. ‘오늘은 제법 시원한 건데?’

 

음식은 금방 상했고, 초콜릿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초콜릿 죽이 되어버려 간식으로서는 빵점이었다. 달리는 차들도 나처럼 더위에 지쳐 힘겨워 보였고, 사막의 신기루도 이 때 처음 보았다.

 

그랜드 캐년 하이킹도 기억난다. 당시 사막의 더운 날씨를 피하려 서둘러 새벽에 하이킹을 시작했다. 하지만 캐년을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오르막길, 점심의 뜨거운 태양, 그리고 사막의 기후가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살인적인 더위를 선사했다. 2L의 물을 챙겼지만 2분마다 쉬며 마시니 물이 부족했다. 올라올 때 본 안내판의 더위 경고가 그렇게 무시무시할 수가 없었다. 난 난생 처음으로 겪은 사막에서 장렬히, 완벽하게 익어버렸다.

 

이번에는 반대로 가장 추웠던 곳을 소개한다. 테마세이투어의 캐나다 눈꽃열차와 오로라상품에도 들어가 있는 오로라의 명소, 옐로나이프가 바로 그곳이다. 사실 나는 추위에 굉장히 약하고, 싫어한다. 조금만 추워도 몸을 사시나무처럼 떤다. 하지만 작년 겨울엔 오로라에 홀렸는지, 겨울 평균 25인 그곳에서 일을 하고 왔다.

 

내가 일할 당시의 최저 기온은 47. 이쯤 되면 체감온도는 55이하다. 이런 날은 흔치는 않지만 겪고 나면 정말 춥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게 된다.

 

 

 

 

 

 

이렇게 추운지방에 가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 가령, 카메라 배터리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방전되고, 밖에서는 펜의 잉크도 얼어 연필을 써야 한다. 얼어버린 두부와 바나나로 못을 박을 수도 있다. 주위의 거대한 호수가 통째로 얼어 그 위로 몇 톤짜리 화물트럭이 지나다닐 정도라고 하면 그 추위가 짐작이 될까?

 

다만 그곳의 추위는 바람이 불어 살을 에는 듯한 한국 겨울 추위와는 다르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마치 거대한 냉동 창고에 들어간 것만 같다. 문제는 냉동 창고의 온도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지만. 하지만 재밌는 점은 이렇게 추운 옐로나이프가 여름에는 가끔 40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동네다.

 

그렇다면 나는 작년 한 해 대략 90를 넘나드는 진귀한(?)체험을 한 것이다. 이 온도차를 무리 없이 잘 버텨준 내 몸에 감사하고, 또 살기 좋은 한국의 환경에도 감사하다. 사실 나는 곧 또다시 캐나다의 겨울, 특히 옐로나이프의 겨울을 맛보러 간다. 이번 여행에서 과거의 기록을 깨뜨릴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덧붙여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께 늘 이렇게 덥거나 추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겁먹지 마시라는 말도 꼭 전하고 싶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