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3. 6. 06:30

 

얼마 전 경북 풍기에 사는 친구네를 방문했다. 그 친구는 나를 그 동네에서 아주 유명한 청국장 집으로 데려갔다. 한술 뜨는 순간 왜 친구가 강력 추천을 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원래 청국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한 뚝배기를 싹 비웠으니 말이다.

 

마침 그 식당에서 직접 만든 청국장을 판매한다기에 몇 개를 사왔다. 식당 주인은 청국장과 함께 흰 종이쪽지를 건네주었다. 펼쳐보니 청국장 끓이는 법을 상세히 적어놓은 레시피였다.

 

 

 

 

 

 

손님들이 청국장이 맛있다며 좀 사갈 수 없냐고 하길래 판매를 시작 했는데, 종종 식당에서 먹은 맛이 안 난다며 항의 전화가 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끓이는 방법을 일일이 적은 쪽지를 함께 넣게 되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오랜만에 솜씨를 부려보았다. 마트에 가서 온갖 재료를 사오고, 레시피에 적힌 그대로.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나는 분명 그 쪽지에 적힌 재료와 그 순서, 그 방법대로 했는데도 말이다.

 

순간, 여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단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종종 우리가 만든 새로운 여행상품을 카피하여 버젓이 판매하는 여행사도 있고, 심지어 그 일정표를 다른 여행사에 들고 가서 견적을 의뢰하는 손님들도 있다. 처음에는 너무 속이 상했다. 짧아봐야 수개월간, 수많은 에너지를 들여 개발한 일정을 빼앗겼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여행사도, 그런 손님도 모두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 여행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건 여행을 만든 우리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