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3. 3. 06:00

 

첫 출장으로 스페인·포르투갈 13일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아직 시차적응이 완벽히 되지 않아 몽롱한 상태로 멍하니 있다가도 지난 13일간의 여정을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이미 세 번이나 갔다 온, 학창시절 잠시 살기까지 했었던 스페인이지만 처음으로 손님들을 모시고 갈 생각을 하니 출장이 정해진 순간부터 좌불안석이었다. 어떻게 해야 테마세이투어답게 손님들에게 여행다운 여행을 선사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느라 비행기내에서 한 숨도 자지 못했다.

 

경유지인 파리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사히 환승 게이트를 찾아서 손님들을 모시고 가기 1단계 완료, 리스본에 도착한 뒤 모든 손님의 수하물을 찾기 2단계 완료, 호텔에 체크인하고 마지막 손님이 방에 들어가신 뒤에야 그 날의 미션을 모두 완료한 것 같았다.

 

 

 

 

 

 

 

다음 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님들이 아침식사를 다 하고, 정시에 모든 분들이 버스에 탑승해 출발을 하고, 첫 번째 관광지에 입장을 하는 등의 모든 일정이 한 번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게임의 단계들 같았다.

 

초보 인솔자에게 있어 손님들의 표정, 말투, 식사량 등은 매 단계의 보너스 점수를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 긴장감이 얼마나 컸던지. 초반 며칠은 하루 일과가 끝나고 호텔방에 들어오면 곤두서있던 몸과 마음이 비명을 지르는 듯해 파스를 붙이고 잠들기 일쑤였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손님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눈치를 보던 소심한 인솔자에서 벗어나 같이 여행을 즐기며 공감할 수 있는 인솔자로 변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절로 긴장이 풀렸다기보다는 점차 따뜻한 시선으로 인솔자를 봐주시던 손님들 덕분이었다. 힘내라며 비타민을 챙겨주시던 손님, 버스에서 간식을 주시던 손님, 자유롭게 산책하다가도 분주히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던 나와 마주치면 여기 배경 너무 좋네. 윤진씨도 한 장 찍어줄게라며 셔터를 눌러주시던 손님.

 

 

 

 

 

 

 

서툰 인솔이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는 나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자 마음의 변화가 찾아왔다. 언제 게임오버가 될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에서 벗어나 손님들과 교감하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나자 조금씩 손님들의 입장에서 여행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인솔자가 해야 할 말과 행동, 손님들 모르게 챙겨야 할 사항들이 정해진 매뉴얼처럼 기계적으로 나오지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행하게 되었다. 이 때부터였을까. 마냥 길고 어렵게 느껴졌던 첫 출장이란 게임의 매 단계가 다시 못 올 소중한 경험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여행의 마지막 밤, 이제 막 가까워지려 할 때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과 더 챙겨드리지 못했다는 죄송함에 눈물을 글썽거리던 초보 인솔자에게 누구보다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 나의 첫 번째 손님들! 앞으로 수많은 여행지를 방문하고 수많은 손님들을 만나게 될 테지만 나의 첫 출장을 함께 해주신 이분들을 첫 사랑처럼 오래도록 잊지 못 할 것 같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