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3. 24. 06:00

 

작년, 꽤 오래 일했던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빌리지를 떠나던 날, 언제 또 올 수 있을까란 아쉬운 마음에 펑펑 울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1년도 안 돼 다시 다녀왔다. 이번에는 인솔자로서 첫 출장이라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길고 긴 비행시간 끝에 밴쿠버에 내렸다. 캐나다인들에게도 로망이라는 횡단열차인 비아레일을 타기 위해서였다. 듣던 대로 기차 침대칸은 좁았고, 시차와 덜컹거림으로 푹 잘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날이 밝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기차 양 옆으론 안개와 하얀 눈이 뒤섞여 지금껏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펼쳐졌다. 기차는 더욱 깊은 숲으로 달려갔지만 기차의 덜컹거림조차 낭만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모두가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던(?) 옐로나이프. 비행기에서 내리니 차갑지만 청명한 공기가 폐 속까지 시원하게 차올랐다. 변한 것은 없었다. 첫인상도, 풍경도, 심지어 추위까지도 그대로였다.


 


 

 

낮 시간에는 이 혹한의 땅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선주민의 생활을 엿보고, 호수가 꽝꽝 얼어 생긴 드넓은 아이스로드를 걸어보았다. 또 다른 날엔 개썰매를 타고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눈이 쌓인 아름다운 숲속을 달렸고, 겨울왕국 같던 숲속을 직접 걸어 들어가 보았다. 새하얀 풍경과 대조적으로 손님들의 볼은 핑크빛으로 발개졌고, 급기야 속눈썹에도 하얗게 얼음이 달렸다. 완전한 설국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는 밤이 되면 어김없이 오로라를 기다렸다. 티피(Tepee. 아메리카 인디언이 사용한 거주용 텐트)에서 따뜻한 차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다가도 오로라가 뜨기만 하면 언덕으로 뛰어 올라갔다. 오로라는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강하게 떠올랐고, 그 때마다 온갖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오로라가 온 하늘을 뒤덮으며 춤을 출 때에는 아예 눈밭에 누워 그 공연을 감상했다.

고생해서 찾아간 만큼 더 극적인 광경이었다.

 

 

 

 

 

 

다음은 아름다운 호수들을 자랑하는 밴프로 이동했다. 여름과 겨울 모습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남몰래 걱정 많았던 그곳 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여름호수의 파란 물빛 대신 적막하고 고요한, 한 장의 흑백사진 같은 경치의 레이크 루이스와 웅장한 산속에 펼쳐진 설원 같았던 미네완카 호수는 분명 겨울호수의 새로운 매력이었다.

 

돌아와 사진을 정리할 때마다 캐나다를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다. 이 오지를 함께 여행한 손님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미흡했을 첫 인솔에서 해주신 많은 조언과 격려 모두 잊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해본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