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3. 27. 06:00

 

열다섯 분의 손님들과 함께 인도·네팔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자면 소식지 열 달 치를 쓴대도 너끈하다. 하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단 하나의 장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여행 나흘째, 타지마할에 도착하던 날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순백 대리석과 마주하는 순간, 누군가 나직이 한 마디 말을 내뱉었다.

 

내가 살면서 여기까지 와보네…….” 다른 누구에게 건네는 말도 아니고, 그저 스스로의 가슴 밑바닥에서 툭 터져 올라온 탄성이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언젠가 보게 되길 간절히 바라던 마음 속 풍경과 마침내 만나는 경험, 그 순간의 찌릿찌릿한 감동 말이다.

 

하지만 여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인도·네팔 여행에서 경험한 모든 일들을 엮어 작은 책을 만든다면, 타지마할의 감동은 아마 한 페이지의 강렬한 에피소드쯤 될 것이다.

 

책 안에는 또 다른 무수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 안에는 악명 높은 인도의 매연이 있고, 혼잡한 거리가 있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기차와 비행기가 있다. 반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오래된 유적지가 있고 빛나는 조각들이 있다. 고즈넉한 풍경들과 그 위로 불어오는 산들 바람도 있다. 무엇보다, 함께 한 사람들이 있다.

 

어떤 순간은 아름답고, 어떤 순간은 고생스럽다. 하지만 둘 사이의 경계는 매우 모호해서 얼마든지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그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일화가 있다.

 

카주라호에서 바라나시로 이동하던 날, 우리가 타야 하는 비행기는 역시 인도답게 마냥 지연이 되었다. 단 한 번도 제 시각에 오지 않는 인도의 교통수단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지긋지긋해서 어서 인도를 떠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마침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날이었다. 우리는 예쁜 호텔 정원에서 여유롭게 차와 쿠키를 먹으며 일광욕을 했다. 일정 내내 우중충한 날씨로 고생하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기다림으로 불편하고 고생스러울 수 있는 순간이 더없이 행복한 순간으로 바뀐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한 손님은 카주라호에서의 그 순간이 그립다며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반전의 경험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그 매력은 마음의 빗장을 푼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고은초]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