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4. 22. 01:17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인 호주, 그리고 그곳의 중심인 아웃백. 아웃백은 호주의 4분의3을 차지하는 건조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풍경 속에 울루루(에어즈락)가 있다.

 

워낙 오지인 탓에 비원주민인 이방인에게 알려진 것은 1872년이니 이제 고작 140여년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수 만 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호주 아웃백 여행을 하면서 계속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주민인 호주 애버리진, 그들의 이야기였다. 인류 최초로 바다를 건너 이주한 뒤, 울루루와 함께 수 만 년의 세월 동안 이곳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울루루는 애버리진들에겐 감히 범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땅이었다.

 

 

 

 

 

 

 

이제 울루루는 백인들에 의해 관광지가 되었다. 원주민들은 여행자들에게 울루루 정상에 오르는 것과 혼령의 터를 촬영하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

 

한국에서부터 먼 길을 힘들게 찾아가 막상 울루루를 마주하니, 정상에 올라 드넓은 풍경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하지만 원주민들의 만류는 둘째 치더라도 사실 울루루 등반은 하늘에 달려 있다. 바람이 심하거나 비가 오거나 기온이 뜨거우면 등반이 금지된다.

 

이번 여행에선 울루루 정상 등반이 하늘의 뜻으로 막히게 됐다. 대신 우리는 울루루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 트레킹을 했다. 기이하게 뚫린 동굴과 애버리진의 벽화들, 생채기 난 바위 곳곳에 그들의 지난한 삶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버리진들의 삶의 실제 터전이었던 이곳들이 백인들에 의해 과거형의 유적지로 바뀌어버린 지금, 여행자들은 그들이 내쫓긴 그 자리에서 그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울루루 근처에서 초점 없는 눈으로 주변을 떠돌던 애버리진들이 자꾸만 생각나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잠시 들른 원주민문화센터에서 그들의 슬픈 역사를 영상으로 직접 대면하고 나니 인간의 잔혹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옛 사진들과 글에서는 그들의 평화로웠던 한때도 더듬어볼 수 있었다.

 

원주민 중 최초로 시집을 출간한 오저루 누누칼은 우리 민족이라는 시에서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사냥하지 않았다. 노을 비낀 붉은 땅에 빙 둘러 앉아 어린아이들에게 조상들이 전해 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라고 썼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아웃백 그리고 애버리진과의 새로운 인연은 분명 행복했다. 하지만 더 이상 어린아이들에게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는 애버리진들의 운명 때문에 한편으로는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했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