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5. 4. 9. 06:00

 

오래 전부터 꿔왔던 꿈이 있다. 낡은 지프를 타고 뿌연 모래바람을 날리며 사하라 사막을 질주하는 꿈. 이글거리는 태양에 정면으로 맞서며 사구를 넘다가 밤이면 차갑게 식어버린 모래위에 몸을 뉘이고 쏟아지는 별빛에 취하는 꿈, 그 꿈길의 끝에는 언제나 말리(Mali)의 신비로운 진흙 성채인 젠네 모스크(Djenné Mosque)가 버티고 있었다.

 

여행, 남들은 갈만큼 가보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아직도 세계지도를 펴놓으면 가슴 설레는 지명들이 점점이 찍혀있다.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싶어 생소한 지명 하나를 놓고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보는 일은 내 일상의 일부다.

 

 

 

 

 

 

하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들이 있다. 한 때 우리의 주력 상품이었던 이집트나 요르단, 시리아, 튀니지 같은 곳들이다. 4년 전부터 재스민혁명이라 일컫는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해지더니 최근엔 공포스런 IS의 출현으로 이제 방문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떠난 님이 더 그리운 것일까? 어쩌면 평생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새삼 이집트 백사막의 밤하늘과 시리아 팔미라의 열주들이 그리워진다.

 

위 지역들은 그나마 추억이 있어 그리움이라도 존재하지만 염원만 강할 뿐 정말 갈 수 없는 곳들도 있다. 에티오피아의 다나킬(Danakil) 평원, 키르기스스탄의 파미르 고원, 아프리카의 말리와 알제리의 사하라 등이 그렇다.

 

화산과 소금사막과 카라반으로 상징되는 다나킬은 모든 상상을 초월하는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반면에 키르기스스탄의 파미르 고원은 설산과 초원, 울창한 삼림이 어우러져 대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친다면 세상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최고 순위에 오를 만한 지역이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말리. 아프리카의 토속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오지국가로 흥미로운 가옥구조와 독특한 진흙모스크가 정말 매혹적인 곳이다. 게다가 3일 동안 지프로 달리게 될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 횡단여행은 상상만으로도 흥분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내 강렬한 염원과는 달리 갈 수 없는 곳들이다. 일부 구간이 외교통상부의 여행 제한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개는 부족 간의 분쟁으로 치안이 무척 불안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럽인들은 이 지역들을 여행하고 있지만 우리로선 선뜻 나설 수가 없어 그동안 준비해 놓은 자

료들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루 빨리 모든 분쟁이 종결되어 이 지역에 평화가 찾아오면 정말 좋겠다. 인도주의니 박애주의니 하는 거창한 의미 때문이 아니다. 단지 가고 싶은 곳을 맘껏 여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니 조금 미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정말 가고 싶고 보고 싶다. 그리고 그립다.

 

거친 사하라 사막을 질주하며 신기루 같은 말리의 진흙성채를 마주하는 꿈, 아직까지는 꿈일 뿐이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