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6. 30. 06:00

 


오감을 이용하여 여행을 경험하는 것 중에
, 음식만큼 그 지역의 문화를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 지역의 음식을 먹는다는 건 서로 다른 풍토와 기후, 그 자연을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을 만나는 일이니까 말이다.

 

테마세이투어에서 한식을 피하고 그 지역 고유의 음식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나는 지난 스페인&포르투갈 출장에서 특별한 맛과의 만남을 가졌다. 올리브와 포도 재배로 유명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에 있는 스페인 향토 요리 전문점 라 올리바라는 곳에서다.

 

 

 

 

 

 

라 올리바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음식점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올리브와 이를 이용한 음식, 포도주를 시음할 수 있는 작은 식료품점 같은 곳이다. 이전 팀들마다 한 결 같이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은 곳이다 보니 나도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주인장 프란치스코 씨가 우리를 거절했다! 실내 규모에 비해 우리 인원이 너무 많아 도저히 다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음식점을 알아봐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웠다. 손님들이 이곳 음식을 맛보면 참 좋아하실 텐데.

 

고심 끝에, 식당으로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그날 저녁,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프란치스코 씨였다. 그는 메일을 보내주어 고맙다며, 우리 일행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답해왔다. 그리고는, 자기 인생에 처음으로 한국에 전화를 걸어본 날이라고 덧붙였다.

 

마침내 스페인 그라나다에 도착하여 라 올리바를 찾았을 때, 그는 온 팔을 벌려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최고의 정성으로 음식을 대접해주었다. 올리브와 야채, 와인, 하몽, 참치구이와 대구요리 등 온갖 재료로 차려진 풍성한 식탁이었다. 두 시간여에 이르는 식사가 끝났을 때, 우리 일행들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씨는 작별의 포옹을 하며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했다. 그 순간 그의 마음과 연결되는 느낌이 들며, 가슴 속이 저릿해져왔다.

 

나는 그에게 보냈던 메일에 내가 모시고 가는 손님들에게 단지 맛있는 한 끼 식사가 아닌, 스페인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는 맛의 추억을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성을 다해 요리해 준 프란치스코 씨 덕에 정말로 그런 시간이 되었지만, 이렇게 두 손을 꼭 쥐고 진심어린 눈빛으로 인사하는 만남까지 얻게 될 줄은 몰랐다.

 

다음번에 다시 라 올리바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손님들에게 이 특별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해드리리라. 좋은 여행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인솔자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이 행복한 추억에 대해 말이다. [고은초]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