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7. 15. 06:00

 

 

시칠리아 여행 막바지에 드디어 에트나 화산이 등장했다. 시칠리아 동부지역으로 접어드니 바다 옆에서 또 도로 위에서, 거대한 자태로 어딜 가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웅장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하거니와 불의 신 불카누스(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라는 신화에서부터 1년 내내 녹지 않은 에트나 화산의 눈으로 최초의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졌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시칠리아 섬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거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워낙 활발하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화산인지라 과연 우리에게 얌전히 그 정상을 허락할 것인지 기대와 설렘, 두려움이 온통 뒤섞인 마음으로 케이블카로 향했다. 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생각보다 훨씬 삭막한 지형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이미 화산과 라바 지역 등 많은 풍경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에트나 화산은 그 스케일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케이블카를 내려 다시 산악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에트나산 정상에 도착했다. 생명체라고는 존재할 수 없는 시꺼먼 죽음의 땅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준 것은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강한 바람. 얼굴을 꽁꽁 싸매고 2001년과 2002년에 폭발한 흔적이 남아있는 거대한 분화구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거대한 분화구의 중앙부에는 깊이가 1,000m나 된다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세찬 바람에 휘청대면서 분화구 밑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언뜻 위를 올려다보니 분화구 주변을 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과 맞닿은 곳에 점점이 박혀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에트나 화산이 꿈틀대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텐데,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식당에서 폭발의 순간이 담긴 마을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집 옆으로 시뻘건 용암이 흐르는 모습, 화산재로 뒤덮인 식당의 모습 등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화산 바로 옆에서 끈덕지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시칠리아 사람들이 대단해보였다.

 

화산재를 얼굴에 잔뜩 묻힌 채 에트나 화산을 내려와 타오르미나로 향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을 헤치고 들어선 그리스 극장, 파란 시칠리아의 하늘 아래 무너진 무대 너머로 연기를 내뿜는 에트나 화산과 푸른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과연 화산 폭발에 대한 위협을 넘어서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