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5. 8. 7. 06:00

 

 

세상은 변한다. 사람만이 아니라 여행지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만 간다. 모든 것은 변할 수밖에 없으니 굳이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세월에 순응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본질이 달라지고 정체성마저 훼손되는 변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은밀함이 생명이었던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탈리아의 친퀘테레는 다섯 개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리구니아 해안의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 오랜 세월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소박한 삶을 이어갔던 평범한 어촌마을들이다.

 

 

 

 

 

 

 

 

이 평범한 친퀘테레 마을에 이따금씩 여행자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현대화된 도회지의 삶에 진력난 사람들이 마음의 휴식을 위해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친퀘테레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순박함, 투박함, 그리고 순수한 땀방울들이었다. 친퀘테레는 이처럼 치열한 도시를 벗어나 정서적 힐링을 추구하는 여행자들 사이에 은밀하게 전해져 오는 예쁜 마을이었다.

 

하지만 이 마을들이 순식간에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힘이었다. 거기에 언론까지 합세하여 앞 다투어 소개해 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여행관련 방송에 여러 번 소개되고 모 항공사의 광고에도 등장했다. 물론 호젓하고 소박한 어촌마을이라는 수식어는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급격히 높아진 친퀘테레에 대한 관심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친퀘테레에 대한 인간 융단폭격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중국단체들이 쏟아져 들어와 온 거리를 정복해 버렸다.

 

이제 친퀘테레는 완전히 발가벗겨졌다. 아니 무참히 찢겨졌다. 어촌마을에 고깃배가 사라졌다. 그을린 얼굴의 어부들도 찾아볼 수 없다. 거리의 허름했던 집들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식당과 상점들로 바뀌었다.

 

 

 

 

 

 

 

지난 6, 네 번째로 찾은 친퀘테레에서는 당혹감과 황망함에 안타까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외부에서 물밀듯이 들이닥친 관광객들은 소박한 어촌마을을 찾기 위해 전쟁 통 같은 거리를 분주하게 누비며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친퀘테레가 변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아예 새롭게 재창조 되었다. 마치 낭만적인 간이역이었던 정동진이 순식간에 유흥단지로 바뀐 것과 같은 형상이다.

 

부끄럽지만 테마세이투어 또한 불과 한 달 전까지도 친퀘테레를 소박한 어촌마을이라고 소개했었다.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우기고 싶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것이 친퀘테레의 본질이고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세월 앞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친퀘테레처럼 괴물로 변해버리면 정말 곤란하다. 향후 토스카나와 돌로미테, 이탈리아 일주 등에 포함되었던 친퀘테레는 과감히 생략할 생각이다. 차라리 그 시간을 토스카나의 전원에 할애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