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8. 10. 06:00

 

우리 여행사 직원들은 대부분 일종의 직업병을 갖고 있다. 이 병은 팀이 확정되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하나라도 더 보거나 하기 위해 자꾸 무언가를 추가하는 증세를 보인다. 그래서 현지에서 함께 일을 진행하는 로컬가이드와 버스기사에게 불평과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일정은 누가 짠 거냐고.

 

이번 6월 노르웨이 여행에서도 그랬다. 축복받은 자연 환경을 가진 노르웨이 여행은 출발부터 아주 좋았다. 여행 시간을 넉넉하게 해준 백야,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새파란 하늘,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시원한 노르웨이의 여름은 한마디로 찬란했다.

 

이렇게 원활하게 진행되던 여행에 아찔한 순간이 왔으니, 바로 이사님이 아주 기막힌 곳이 있다며 꼭 다녀오라고 추가한 아울란(Aurland)의 스테가스테인 전망대 때문이었다.

 

 

 

 

 

 

 

 

인솔자인 나는 물론이고, 현지 가이드조차 가보지 못한 이곳을 버스기사는 우리를 만난 첫날부터 못가는 곳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이미 현지에 몇 차례 방문 가능을 확인한 사항이건만, 현장에서 기사가 막무가내로 거부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우리가 이용하던 대형버스는 그냥 세워두고, 부랴부랴 가이드와 함께 인터넷을 뒤져 현지 여행프로그램을 찾아 합류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스테가스테인 전망대는 송네 피요르드의 지류인 아울란 피요르드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할 우리에게 선사했다. 게다가 노르웨이 디자인 건축협회와 도로공사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Detour)인 만큼 전망대 자체도 피요르드 아래로 뚝 떨어지는 듯한 혁신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풍경도 보고 , 오늘 하루도 계획대로 잘 되고 있구나.’라며 속으로 자찬하며 하산하는 데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유럽에서도 막무가내로 운전하기로 악명 높은 독일인들이 큰 캠퍼차량을 타고 밀어닥친 것이다.

 

 

 

 

 

 

 

전망대 가는 길은 예리한 각도로 꺾인 지그재그의 아주 좁은 1차선 도로여서 큰 대형버스 한대만으로도 꽉 찬다. 만약 마주 오는 차량을 만나기라도 하면 둘 중 하나는 후진으로 비켜줘야 하는 아주 난코스였다.

 

이 길을 수도 없이 다닌 노련한 셔틀버스 기사가 겨우 길을 정리하고 다시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대형 투어버스가 코너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멈춰서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투어버스 기사의 세상 잃은 표정이란.

 

 내가 우리 버스기사에게 우겨서 이곳을 찾았다면 처했을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그랬다면 분명 다음 스케줄인 플롬의 산악열차도 놓쳤을 게다.

 

한숨을 푹푹 내쉬는 투어버스 기사의 얼굴을 보며 우리 일행은 웃음이 빵 터졌지만 뒷자리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