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여행엔 늘 수많은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인솔자를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리 고용(?)하지 않은 협력자들이 단비처럼 나타나는 고마운 경우도 있다.
최근 다녀온 북프랑스 출장에서도 역시 협력자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첫 방문지인 파리의 볼로뉴 숲에 들어섰을 때였다. 유유히 정원을 거닐던 공작새 한 마리가 우리 일행을 보더니 날개를 갑자기 활짝 펼쳤다. 이는 어색할 뻔도 했던 팀의 초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재미있다며 손님들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핀 것을 보니 내가 한 일도 아닌데 괜히 뿌듯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북프랑스 출장의 첫 번째 협력자인 공작새에게 마음속으로 윙크를 보냈다.
고흐의 흔적을 밟았던 오베르 쉬르 와즈에선 야외 테이블에 앉아 느긋하게 차 한 잔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워 손님들을 모두 카페로 오시게 했다.
그런데 아차! 먼저 모두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했어야 했다. 한 테이블도 차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민망해하던 나에게 카페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뒤에 자리가 났다며 가서 앉으라고 신호를 보내주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마침 그 옆의 다른 팀도 일어서고 있었다. 여차여차 우리 일행 모두가 카페에 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신호를 보내준 또 한명의 협력자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테마세이투어에 입사 후, 한 여행 상품을 진행하는 것은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교육받은 적이 있다. 애써 준비했던 하나하나의 사항들이 행사당일 모두 기대한대로 제 역할을 해줘야만 결혼식도 여행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종 푸르네즈에서 그 유명한 르누아르의 그림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식사’를 딱 떠올리게 한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 모네가 왜 그토록 ‘수련’이라는 작품에 담고 싶어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지베르니의 따뜻한 햇살, 몽 생 미셀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욱 매력적이게 만든 잔뜩 구름이 낀 하늘, 보고트 언덕을 향해 난 오솔길을 걷던 날 산들바람에 물결치듯 일렁이던 풀들, 조금 늦은 우리를 위해 문을 닫지 않고 기다려준 밀레 아틀리에의 친절한 관리인 아저씨.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결혼식의 완벽한 들러리, 음악, 꽃, 장식들과 같은 협력자들이었다.
물론 생말로에서의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손님들과 처마 밑에서 벌벌 떨고 있었던 적도, 우아한 자태를 뽐내야할 루아르의 고성이 공사 중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협력자는 바로 이럴 때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결혼식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손님들이다.
여행의 변수들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여행꾼들, 스스로 여행을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아는 손님들은 인솔자에게 그 어떤 협력자보다도 가장 큰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다. [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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