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8. 17. 06:00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여행엔 늘 수많은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인솔자를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리 고용(?)하지 않은 협력자들이 단비처럼 나타나는 고마운 경우도 있다.

 

최근 다녀온 북프랑스 출장에서도 역시 협력자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첫 방문지인 파리의 볼로뉴 숲에 들어섰을 때였다. 유유히 정원을 거닐던 공작새 한 마리가 우리 일행을 보더니 날개를 갑자기 활짝 펼쳤다. 이는 어색할 뻔도 했던 팀의 초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재미있다며 손님들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핀 것을 보니 내가 한 일도 아닌데 괜히 뿌듯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북프랑스 출장의 첫 번째 협력자인 공작새에게 마음속으로 윙크를 보냈다.

 

 

 

 

 

 

 

 

고흐의 흔적을 밟았던 오베르 쉬르 와즈에선 야외 테이블에 앉아 느긋하게 차 한 잔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워 손님들을 모두 카페로 오시게 했다.

 

그런데 아차! 먼저 모두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했어야 했다. 한 테이블도 차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민망해하던 나에게 카페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뒤에 자리가 났다며 가서 앉으라고 신호를 보내주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마침 그 옆의 다른 팀도 일어서고 있었다. 여차여차 우리 일행 모두가 카페에 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신호를 보내준 또 한명의 협력자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테마세이투어에 입사 후, 한 여행 상품을 진행하는 것은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교육받은 적이 있다. 애써 준비했던 하나하나의 사항들이 행사당일 모두 기대한대로 제 역할을 해줘야만 결혼식도 여행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종 푸르네즈에서 그 유명한 르누아르의 그림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식사를 딱 떠올리게 한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 모네가 왜 그토록 수련이라는 작품에 담고 싶어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지베르니의 따뜻한 햇살, 몽 생 미셀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욱 매력적이게 만든 잔뜩 구름이 낀 하늘, 보고트 언덕을 향해 난 오솔길을 걷던 날 산들바람에 물결치듯 일렁이던 풀들, 조금 늦은 우리를 위해 문을 닫지 않고 기다려준 밀레 아틀리에의 친절한 관리인 아저씨.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결혼식의 완벽한 들러리, 음악, , 장식들과 같은 협력자들이었다.

 

물론 생말로에서의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손님들과 처마 밑에서 벌벌 떨고 있었던 적도, 우아한 자태를 뽐내야할 루아르의 고성이 공사 중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협력자는 바로 이럴 때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결혼식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손님들이다.

 

여행의 변수들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여행꾼들, 스스로 여행을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아는 손님들은 인솔자에게 그 어떤 협력자보다도 가장 큰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