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8. 27. 06:00

 

 

이탈리아를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되었건만 여전히 돌로미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로마 근교의 작은 도시 티볼리에서 시작해 움브리아, 토스카나, 리구리아, 알토 아디제 4개 주에 있는 보석 같은 소도시들을 거치는 짧지 않은 여정이었다.

 

이번 여행은 특히 자연 풍경 위주라 무엇보다 날씨가 관건이었다. 더군다나 우리 팀이 출발하기 직전, 이탈리아 전역이 이상고온이라는 뉴스까지 봤기에 여느 때처럼 설레는 기분으로 출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니 이상고온현상은 온데간데없었고, 가끔씩 등장했던 비구름 역시 우리가 야외에서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엔 잠시 그 화를 누그러뜨리는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치비타 디 바뇨레조를 내려와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거세게 내리는 비에 우리 일행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 몸으로 맞고 있는 움브리아의 평원을, 빗방울 맺힌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듣던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악은 어찌나 감미로웠는지. 아시시에 도착하자마자 거짓말처럼 그친 비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2일차의 인솔자에게 쌍무지개라는 고마운 선물까지 주고 사라졌다.

 

행운의 쌍무지개 덕분이었을까, 그 뒤로는 별다른 문제없이 일정이 진행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릉들 사이를 걸었던 토스카나 발도르시아의 트레킹, 경쟁하듯 하늘로 치솟은 탑의 도시 산 지미냐노, 푸치니의 도시 루카에서 먹었던 맛있는 티본스테이크, 파스텔톤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친퀘테레의 마을, 그리고 전 일정을 통틀어 모두가 제일 행복했던 알페 디 시우시 초원의 트레킹까지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던 돌로미테의 트레킹을 떠올리자면 눈을 감아도 그 풍경이 그려진다. 특히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지대인 알페 디 시우시는 알프스에서 가장 넓은 초원지대로, 풀밭 사이를 천천히 거닐었던 그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했다.

 

 

 

 

 

 

광활한 풀밭에 찬란히 피어있던 들꽃의 아름다움은 차마 카메라 렌즈에 다 담을 수 없었고, 한걸음 한걸음마다 행복이 뚝뚝 묻어났던 산보길은 남은 길이 줄어드는 게 너무 아쉬워 자꾸만 뒤돌아보게 했다.

 

 호텔 방에서 시간을 보내느니 조금 덜 자고 일찍 출발하자는 부지런한 손님들 덕분에 산장 식당에서 예정에도 없던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시간 동안 인솔자인 나 역시 감히 고백하건데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되어 마구 풀밭을 싸돌아 다녔다.

 

트레킹이 끝나고 내려와 버스를 타고 아스팔트길을 달리고 있자니 마치 선계를 호젓하게 거닐다 속세로 내려온 기분이었다. 인솔이란 일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던 이번 출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