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9. 3. 20:21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적당히 낀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 오늘 하늘은 진짜 아이슬란드 하늘같아~~” 소리를 지르니 옆자리 동기가 이제 그만 아이슬란드에서 헤어 나오라며 퉁을 준다.

 

아이슬란드와의 인연이 각별한 걸까. 남들은 한 번 가보기도 힘든 그곳을 벌써 네 번째 인솔을 다녀왔다. 익숙하지만 또 새로운 그곳의 멋진 자연, 청정한 공기와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즐길 수 있는 나는 정말 행운아인 것 같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로 향하는 비행기 안, 첫 번째 아이슬란드 인솔이 생각났다. 헬싱키에서 레이캬비크로 향하는 3시간여 비행 동안 난 처절하게 떨었다. 가이드도 없는데 난 심각한 방향치라 그 긴장감 때문에. 뮈바튼에선 기사가 엉뚱한 곳에 내려 주는 바람에 1시간 동안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길을 헤맨 기억도 났다.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나와 보니 테마세이투어 보드판을 들고 서있는, 훤칠하니 잘생긴 아이슬란드 기사 마그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반겨주는 원시 그대로의 청정한 공기, 이번 여행도 느낌이 좋았다. 아이슬란드 기사들은 모두 친절한 편이긴 하나, 가이드도 없는 그곳에서 기사와의 친분 쌓기는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일단 이번 우리의 기사 마그누스가 굉장히 협조적이어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리고 여행 중반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면서 기사와 인솔자 그리고 손님들 간에 더욱 끈끈한 동지애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뜻밖의 환자 발생으로 풀죽어 있는 나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은 물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손님들 한 명 한 명 특징을 파악해 살뜰히 챙겨주는가 하면(특히 환자손님에게 쏟는 신경과 정성은 인솔자인 나를 능가했다), 날씨까지 고려한 일정에 대한 조언에 그리고 기사의 필수 덕목인 부드러운 운전솜씨까지. 손님들은 물론 인솔자인 나까지 그의 친절함과 성실함에 더욱 편안하게 아이슬란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여행 말미 그가 나의 캐리어에 살며시 넣어둔 엽서를 발견하고 더욱 감동을 받았는데, 그 엽서에는 손님 한 명 한 명에 대한 기억과 안부의 인사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내년에 꼭 다시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단순히 운전을 해주는 기사의 역할을 넘어서 아이슬란드 여행 자체에 대한 기억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를 보면서, 나 역시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그리고 매년 여름 아이슬란드 인솔을 노리는 바지만, 내년 아이슬란드를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겨버렸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