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9. 17. 06:00

   

아이슬란드는 뒤돌아 설 때마다 행복해지는 나라였다. 그 어떤 곳에서도 걷다가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면 쉬이 잊히지 않을 장면들이 펼쳐졌다.

 

예를 들면,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에서 트레킹을 할 때였다. 무릎 밑으로 오는 키 작은 풀들과 돌들로만 이루어진 산위에서 뒤돌아 서보니, 사뭇 색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른 것도 아니었지만 시야가 탁 트여있어 지평선까지 훤히 볼 수 있었고 또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저 멀리로 눈 덮인 산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이 마치 내가 서있는 땅과 금방이라도 맞닿을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이 꼭 자석의 양극이 만난 것처럼 땅과 하늘이 서로를 밀어내고 있는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분화구 흐베르펠과 검은 해변 흐바니스와 같은 죽음의 땅 위에 듬성듬성 피어있는 야생화들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검은색과 분홍색이라는 색의 대비뿐만이 아닌, 죽음과 생명이라는 강렬한 대비를 온전히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차를 타고 달리면서 보는 이름 없는 폭포들과 산위의 눈이 녹아내리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실개천들은 이동하는 내내 나의 시선을 빼앗았다. 생각 같아선 버스를 멈추고 내려 한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곳이 정말 많았다.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도로변에 버스를 대고 손님들과 함께 아이슬란드 땅을 직접 손으로 만져본 적도 물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보랏빛 루핀 꽃밭이 주던 신비로움, 용암지대에서 자라난 폭신폭신한 이끼가 손발에 닿았던 그 때의 느낌은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릴 적 이곳을 지도에서 보고 막연히 북극에 대한 이미지와 뭉뚱그려 기억했던 것이 너무나 미안할 만큼,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움은 절대적이고도 강렬했다.

 

여행 마지막 날 밤, 섭섭한 마음에 일정이 다 끝난 후 다시 산책을 나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언제 또 이곳에 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 때 구름이 잔뜩 껴 짓눌린 하늘과 지평선 사이에 해가 머무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백야현상 때문에 해는 더 이상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어둠을 가져오지 않는 빨간 석양처럼 아쉬운 내 마음도 내내 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