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9. 14. 06:00

 

2008, 그때 러시아를 무척 가고 싶었다. 동기는 단순했다. 러시아의 하늘을 주제로 한 항공사의 TV광고가 날 유혹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창 미쳐있던 UEFA 챔피언스리그 축구 결승전도 모스크바에서 한다고 하니,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듯 했다.

 

 하지만 나의 로망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러시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친구로부터 치안이 너무 불안해 밤에는 꼼짝도 못한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다. 이후 러시아는 다시 관심 밖 나라가 되었다.

 

 

 

 

 

 

 

그렇게 잊고 있던 러시아를 출장 배정받고 복잡 미묘한 마음이었다. 정말 가고 싶던 나라였는데 막상 갈 기회가 생기니 이것저것 불안한 마음부터 들었다. 치안도 여전히 안 좋은 것 같고, 여행 정보도 많이 부족하고. 사장님도 아마 가장 어려운 출장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셨다.

 

하지만 출장은 곧 명령! 나는 그냥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오히려 부족한 정보는 득으로 작용했다. 회사 자체적으로도 러시아는 오랜만이라 이번 출장은 인스펙션(시찰) 차원으로 회사의 지원 아래 사심을 담아 준비해 나갔다.

 

제일 먼저 사심이 가동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발레였다. 다행히 한여름이면 시즌이 끝나는 최정상 발레단의 마지막 공연 호두까기 인형좌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별히 올해는 차이코프스키 탄생 175주년이 되는 해라 그를 위한 헌정 공연을 초연되었던 극장에서 볼 수 있다니 분명 우리 손님들에게도 서프라이즈 선물이 될 수 있을 터였다.

 

 

 

 

 

 

어려운 과제를 끝내고 나니 이후부터는 순조로웠다. 추천받은 베테랑 가이드를 섭외하고, 식당마다 수준차이가 큰 식사 역시 아주 다양하게, 아주 야심차게 준비했다.

 

북구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페테르부르크의 운하를 이용한 야간 보트투어와 러시아 미술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트레챠코프 미술관 방문까지. 마치 나의 개인 여행을 준비하는 것처럼 이번 출장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고백하건데 지금껏 출장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사심을 듬뿍 담은 적도, 즐겁게 준비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의 로망과 사심은 인솔자 의견에 적극 동참해주신 무한 체력의 손님들 덕분에 만족스러운 출장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