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10. 13. 06:00

 

 

나에게 오랜 동경의 대상이었던 고비사막횡단과 홉스골 호수 그리고 테를지의 승마는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몽골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게르 숙박이 아니었나 싶다.

 

9일 중 게르 숙박이 무려 5일이라 무조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됐다. 하지만 몽골여행을 신청하신 분들은 소수의 여행 매니아들뿐, 전화 상담에서부터 분위기가 남달랐다. 이 분들과 함께라면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염없이 달려간 고비사막 한복판에서 게르를 처음 만났다. 두근두근, 목을 잔뜩 수그리고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방안에는 침대 3개와 차 마시는 작은 테이블과 보온병, 그리고 컵뿐이었다. 침대 위에 휘딱 가방을 던져두고 밖에 나와 보니 이불을 털고 계신 분들, 심란한 표정으로 방문 앞에 나와 앉아계신 분들, 충전을 위해 핸드폰을 들고 왔다 갔다 하시는 분들 등. 대부분 처음 만난 게르에 당혹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 멀리 떨어져있는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처음에는 왜 그리 귀찮았는지, 전기도 잘 안 들어오는 터라 카메라와 핸드폰 충전에 전전긍긍하면서, 그리고 시원한 맥주에 목말라하면서 우리가 정말 편한 생활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뜬금없는 감사와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머리에 샴푸질을 잔뜩 하고 샤워기를 트니 물이 나오지 않아 당황하신 손님의 무용담을 들으며 점점 샤워는 꼭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다 같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다시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에 돌아온 날, 오랜만에 시내 나온 기분을 내기 위해 들린 카페에서 맛본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어쩜 그리 상쾌했는지.

 

 

 

 

 

 

홉스골에 오니 푸른 들판의 새하얀 게르들이 또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제는 역시 드넓은 몽골대륙엔 게르가 제격이라며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다. 게르 5박을 거치며 이제 우리는 물 한 컵으로 세수와 양치질까지 가뿐하게 해치웠고, 방안에 홀로 앉아 나무 난로에 불을 지폈으며, 게르 밖에 마구 돌아다니는 소, 염소, , 야크, 고슴도치를 우리의 동무로 여겼고, 충전이 힘든 핸드폰은 더 이상 우리 손에 있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몸은 힘들었지만 게르 그 안에 사는 몽골사람들의 얼굴과 게르 문을 열고 나가면 보이는 풍경, 그리고 난로 안 나무가 불타는 소리 등등은 오랫동안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

 

몽골 출장을 준비하는 중에 접한 웹툰이 있다. 제목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인데, 세 여인의 다채로운 몽골 여행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그려낸 만화이다. 이 웹툰은 차원이 다른 몽골 자연의 스케일과 빛깔을 달리하는 초원과 하늘을 실감나게 전해주었었다. 무엇보다 그 제목이 몽골 여행 하는 내내 절절히 와 닿았다. 누군가 몽골여행은 언제가 적기인가요? 하고 묻는다면 당당히 이 만화의 제목을 말해주리라.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