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11. 18. 06:30

 

 

8월 말 오스트리아 국경 인근 고속도로에 버려져있던 냉동트럭 안에서 질식사한 70여명의 난민들. 이것이 내가 올해 접했던 최초의 난민 소식이었다. 그 후 해상에서 전복된 보트피플, 난민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린 해안가로 떠밀려온 익사한 난민아이.

 

정말 안타까운 사건들이 줄을 이었지만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9월 말 동유럽 인솔을 맡게 된 후, 난민 사태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매일 체크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난민 사태는 인솔자로서 간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몇몇 유럽 국가들이 난민수용을 완강하게 거부하며 난민들이 통과하는 루트를 완전히 봉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동유럽 일정에서도 지나야할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 통과가 몇 시간씩이나 지체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국경이 갑작스럽게 아예 폐쇄되었다는 불안한 소식이 들려왔다.

 

 

 

 

 

 

 

만약 국경이 폐쇄되면 여행에 치명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항공권도 알아보았고, 끊임없이 현지와 연락하고, 수많은 기사들을 보며 상황을 추적했다. 다행히 출발 전 국경에선 난민 사태가 어느 정도 누그러져 불안감을 덜 수 있었고, 사무실에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폭적인 지원 태세를 갖추고 있기로 했다.

 

마침내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날. 국경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더 일찍 출발했다. 예상했던 대로 국경이 저 멀리 보이자 도로가 꽉 막히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둘러싼 차들로 인해 마치 거대한 주차장 같았다. 긴장과 초조함으로 하염없이 국경 쪽을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 40여분 만에 갑자기 앞차들이 움직이며 길이 뻥 뚫렸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차의 모습이 나를 줄곧 괴롭혀 오던 문제에서 해방된 나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창밖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모습이 펼쳐졌다. 국경 근처의 공터에서 !’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있었다. 바로 난민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자세히 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건물 뒤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찰나의 몇 초 동안 뉴스와 기사로 접해왔던 난민들의 이미지, 영상들이 뒤죽박죽 엉켜 머릿속이 멍하니 아득해졌다. 난민 사태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국경을 예상보다 빨리 통과해 일정에 문제가 없을 거라며 마냥 기뻐했던 내 모습이 한없이 미안했다. 우리는 간단히 통과하는 이 국경이 고향과 국가를 떠나온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일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난민 사태에 대한 모든 원인과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너무나도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난민들이 국가를 버리고 떠나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올라오는 상황, 무조건적으로 대규모의 난민을 수용할 수 없는 유럽의 상황, 그리고 다가오는 겨울과 싸워야 할 난민들, 이 모든 풀기 어려운 사실들이 그저 답답하고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앞으로도 모든 나라의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에서 운명이 가로 막힌 그 난민들이 어른거릴 것 같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