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 가장 호사스러운 시간을 꼽으라면 나에게 그것은 ‘느긋한 아침식사’이다. 일상에서의 나는 아침밥을 포기하며 산 지 오래지만 여행지라면 상황이 다르다.
여행의 하루를 여는 공식적인 의식과도 같은 아침 식사 시간동안 나는 커피 한 잔으로 정신을 깨우고, 오늘 하루에 대한 계획도 세운다. 무엇보다 종횡무진 뛰어야 할 투어리더에게 든든한 아침식사는 필수 중의 필수다.
이렇게 중요한 아침식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단연 달걀 요리이다. 조식당의 달걀요리코너 앞에 섰을 때 “달걀은 어떻게 해드릴까요?”하고 물어오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투 써니 사이드업, 플리즈!” 달걀요리를 즐기는 방법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의 취향은 써니 싸이드업. 흰자는 바싹 익히고, 노른자는 탱글탱글하게 솟아오른 두 개의 달걀 프라이. 동그란 노른자를 톡-하고 깨뜨려 빵을 찍어먹는 즐거움이란!
그래서 나는 아침 식당에 들어서면 달걀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곤 한다. 그동안엔 이것이 나에게만 중요한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이번 크로아티아 출장에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침식사는 호텔마다 그 가짓수와 상태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데, 우리가 머물렀던 호텔 중 한곳이 계란 요리라고는 삶은 달걀 한 종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 한 손님의 눈빛에서 읽힌 안타까움과 슬픔의 표정이라니!! 나 역시 손님과 함께 깊은 탄식을 내뱉는 도리밖에.
그러니, 세상의 모든 호텔들이여. 여행자의 기쁨과 굿모닝을 위해 달걀 요리의 다양함에 힘써 주시기를!
말 나온 김에 달걀 요리 용어를 다시 한 번 정리해봤다.
Boiled egg – 삶은 달걀
Porched egg(coddled egg) – 수란. 뜨거운 물에 달걀을 깨서 넣고 반쯤 익히게 만든 요리
Omelet – 흰자와 노른자를 섞은 후 프라이를 하면서 베이컨, 햄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만드는 요리
Scrambled – 달걀물을 달군 팬에 붓고 익는 대로 잘 휘저으며 익힌 프라이
Fried egg – 프라이 방식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뉜다.
Sunny side up – 달걀을 뒤집지 않고 한쪽만 살짝 익힌 프라이
Over easy – 노른자는 터지지 않게 양쪽의 흰자만 살짝 익힌 프라이
Over medium – 노른자를 반숙 정도로 익힌 프라이
Over hard – 노른자까지 완전히 익힌 프라이 [고은초]
'여행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려동물과 함께 비행기 타기 (0) | 2017.05.22 |
---|---|
유럽의 레스토랑이 서빙이 느린 이유 (6) | 2016.09.08 |
와인의 유통기한 (0) | 2015.09.07 |
항공기 지연과 보상 (0) | 2014.06.17 |
로밍서비스, 현명하게 이용하기 (0) | 2013.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