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11. 23. 06:30

 

돌로미테의 여러 험준한 고개를 넘다 포르도이 패스에 거의 도착했을 때 수많은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다들 창밖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지만 나는 속이 타들어갔다. 포르도이 패스 케이블카의 마지막 운행시간이 5시였기 때문이다. 간발의 차이로 결국 케이블카를 놓치고 대신에 고개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갔다.

 

일행들이 티타임을 즐기는 동안, 나는 속상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언덕에 올랐다. 구름이 낀 산 정상을 한동안 바라보며 올라갔어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거야, 차라리 다행이야하며 마음을 달래고 다시 카페로 내려오는데, 동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땐 별 관심 없이 그냥 지나쳐 버렸다.

 

한국으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정리문을 쓰면서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 보니 그 동상은 이탈리아의 사이클 영웅, ‘파우스토 코피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다.

 

 

 

 

 

 

그리고 검색 과정에서 세계 3대 사이클 대회가 프랑스의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이탈리아의 지로 디 이탈리아(Giro d’ Italia), 스페인의 부엘타 아 에스파냐(Vuelta a Espana)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중 지로 디 이탈리아 대회는 1965년부터 자전거 코스 중에서 가장 높은 고개에 씨마 코피(Cima Coppi)라는 이름을 붙여 사이클 영웅 파우스토 코피를 기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포르도이 패스는 총 47회 경기 중 가장 많은 열 세 번이나 가장 높은 고개라는 뜻의 씨마 코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유로 파우스토 코피의 동상을 이곳에 세우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보니 돌로미테를 여행하던 중 수많은 자전거 여행객들과 마주했었다. 약간은 민망한 쫄쫄이를 입고 오르막길을 꾸역꾸역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버스를 타고 가도 힘든 이 길을 왜 저렇게 더 힘들게 올라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차로 후딱 지나치기 보다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좀 더 진득하게, 좀 더 고생하며 즐겼던 자연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기도 하다. 해발 2,000m에 펼쳐진 고원인 알페 디 시우시에서 초원을 가르는 라이더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저들과 함께 자전거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돌로미테에서의 라이딩을 꿈꾸며 가을빛이 좋은 주말 한강에서나마 자전거를 즐겨봐야겠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