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5. 11. 30. 06:00

 

여행사에 입사하기 전 드라이버는 나에게 존재감이 없었다. 누가 운전을 하든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이니 다소 수동적인, 혹은 부차적인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인솔을 가서도 버스 기사는 대부분 나이 많은 아저씨라 가만히 있어도 귀염을 받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드라이버가 얼마나 절절히 소중한 존재인지 몰랐다.

 

그러나 출장을 거듭하면서 드라이버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깨닫고 있는 중이다. 운전 실력으로 여행을 편안하게 돕는 것이 다가 아니다. 여행업은 서비스업이고, 여행은 변수 투성이다. 그러니 이 일을 그저 운송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과, 여행과 사람을 챙겨주는 마음씨를 가진 기사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전자에 해당하는 기사를 만나면 인솔자는 하루가 괴롭다. CD를 트는 것, 목적지 근처가 아니라 바로 앞에대어 달라고 하는 것부터 매번 구박이다. 반면, 후자에 해당하는 기사를 만나면 사적으로는 힘들 때 위로가 되고 공적으로는 더 좋은 여행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나의 경우, 독일 드라이버와 얼마 전 출장지였던 남프랑스에서 함께 일을 한 드라이버가 후자에 해당한다. 독일 기사는 손님들이 투어하는 동안 인솔자와 체크인을 하러 갔다가 포터가 없다는 말을 듣고는 함께 짐을 날라 주었다. , 어디에서 구했는지 붉은 악마 머플러를 들고 나타나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프랑스 기사는 호텔에 물건을 놓고 온 난감한 상황에서 일정이 먼저라며 홀로 되돌아가 분실물을 가져다주었고, 좋은 풍경이 있으면 세워줄까 먼저 제의하기도 했다. 이런 친절과 따뜻함이 곳곳에 깃들면 결국 전체 여행이 바뀐다.

 

그런데 좋은 기사는 가이드보다 캐스팅하기 어렵다. 여행사는 드라이버 개인이 아니라 버스 회사와 계약을 맺기에 원하는 사람의 스케줄을 우리가 조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좋은 기사가 우리 손님들과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약한 노력이지만 그들의 연락처를 모으기 시작했다. 미리미리 연락해두면 혹시나 다시 인연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나 또한 오랜만에 그들을 만나면 참 반가울 것 같다.

 

더불어 앞으로도 참한 드라이버를 만나게 되면 더욱 아껴드려야겠다. 그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절대 쉬운 게 아니므로. [구지회]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