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6. 2. 19. 06:00

 

 

내 여권에는 아직까지 육로 국경 도장이 더 많다. 그리고 나는 이 점이 참 좋다. 내 자신이 젊은이다운 여행을 한 것만 같고, 공항 출입국 도장보다 육로 국경의 출입국 도장이 더 희소할거라는 생각에 괜히 자부심도 생긴다.

 

육로 국경은 관광보다 생업 목적의 사람들이 더 많이 넘나든다. 그래서 여권검사도 더 철저하고, 통과하는 외국인도 적다. 한국인은 말할 것도 없다. 그 때문에 내 여권은 번번이 공무원들 손에 한참을 체류하곤 한다.

 

 

 

 

 

 

 

다른 사람은 다 대강대강 패스를 시켜주면서 내 여권만 괜히 스캔도 떴다가 컴퓨터도 두드려보고, 여권 주인인 나에게는 평양에서 왔냐, 서울에서 왔냐는 시답잖은 질문도 던진다. 예외 없이 이런 일을 겪다보니 나는 국경을 넘을 때마다 본의 아닌 VIP(Very Important Person)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버스를 타고 육로 국경 심사를 받을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사람들이 일제히 국경사무소를 향해 뛰지만, 나는 뒷짐을 지고서 어차피 내가 통과하지 못하면 다 같이 기다려야 할 운명임을 알지 못하는 중생을 가만히 비웃어 주곤 했다.

 

주요도시만 메뚜기 뜀박질로 돌아다니는 패키지여행, 혹은 시간이 없어 주로 항공으로 이동하는 직장인들은 이렇게 육로로 국경을 넘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육로 도장은 참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라오스&메콩강 여행에서는 이렇게 귀한 육로 도장을 참 오랜만에 받아보았다. 메콩강 투어를 위해 도시가 아니라 강의 상류를 찾아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이 될 메콩강 투어가 아니었다면 그룹 여행자인 우리가 태국과 라오스 국경을 발로 밟아 건널 일이 있을까.

 

왜 맨 날 나만!’을 외쳤던 유럽 국경과는 달리 남국의 국경은 설렁설렁 차례차례 우리를 통과시켜 주었다. 태국과 라오스 우정의 다리 4번 출입국 사무소에서 우리의 여권은 왜 한국인이 여기에?’ 라고 질문 받을 이유가 없었다.

 

유럽처럼 육로로 왔음을 보여주는 자동차 표시 직인이 없어서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귀여운 삼각 꼴의 태국 출국 도장을 받아들고 라오스 땅으로 접어들었다.

 

빼꼼이 삐져나온 이 귀한 육로 도장을 보실 때에 이 특별했던 여행을, 즐거웠던 면들만 가득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구지회]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