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6. 1. 19. 06:30

 

 

언니 이뻐! 원 달러!”, “오빠, 오빠, 포스트카드! 원 달러!”.

 

이번 미얀마 출장 중, 어디서나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관광지 앞에 버스가 정차하면 양 볼에 다나카(미얀마 전통 화장품)를 뽀얗게 바른 까무잡잡한 아이들이 우리가 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색연필로 직접 그렸을 서툰 그림엽서, 불상을 장식할 자스민 꽃다발, 자질구레한 기념품들을 들고 까만 눈을 빛내며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는데 그 모습이 여간 억척스럽지 않다. 언니, 오빠, 엄마, 이뻐요, 멋있어요, 꽤 정확한 발음의 한국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초반엔 이 아이들을 어떻게 떼어내야 될지 몰라 당혹스러웠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우리는 귀찮음, 귀여움, 안쓰러움, 재밌음 등 제각기 다른 감정으로 여행지의 아이들을 보기 시작했다.

 

몰려올 아이들로부터 미리 도망가거나, 아무리 옆에 달라붙어도 꿋꿋이 앞만 보고 걸어가거나, 가방에 있던 간식거리를 나눠주거나, 한국말로 장난을 치는 손님들을 카메라에 담는 재미 또한 쏠쏠해 사원 앞에 아이들이 없으면 어쩐지 허전하기 까지 했다.

 

특히 만달레이의 민군에서 만난 아이들은 유독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에야와디 강물을 거슬러 배를 타고 한 시간을 가면 민군이다. 하얀 물결 모양의 석장식이 아름다운 신쀼미 사원, 기네스북에 등재된 소리 나는 최대의 종인 민군종, 어마어마한 크기의 벽돌 건축물인 민군 대탑, 그리고 민군의 꼬마친구들.

 

배가 뭍에 도착하기 전부터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게 보였다. 알고 보니 저들끼리 우리 일행을 각각 누가 맡아서 따라다닐지 정하는 것이었다.

 

저 빨간 티셔츠 입은 남자는 내 손님이야!”, “저 하얀 모자는 내가 맡을 거니 다들 눈독 들이지마!” 마치 이런 말이 오갈 것이라 우리끼리 농담 삼아 추측했는데, 내리자마자 그 추측은 현실이 되었다. 10, 11살 남짓한 아이들이 1명씩 친근한 척 하며 마치 일행인양 옆에 찰싹 달라붙는 것이었다.

 

 

 

 

 

 

험한 길을 지날 땐 조심조심 천천히”, 민군 종 앞에선 여기, 여기 들어가요”, 카메라라도 꺼내들면 사진, 사진, 내가!”하며 찍어주기까지 한다. 처음엔 성가셔하던 손님들도 아이들의 필사적인 환대에 기가 막힌 듯 웃음을 터뜨리셨다.

 

인솔자인 내 옆에도 리리라는 꼬마 숙녀가 항상 따라다녔다. 맨발로 들어간 사원에서 나와 리리~”하고 부르면 어디선가 신발을 갖고 쪼르르 달려오고 민군 종에 가선 종을 칠 막대기를 구해다줬다.

 

아이들에겐 다소 버거울지도 모른 민군 대탑에 올라갈 건데 따라올 거냐 물어보니 말없이 씩 웃던 리리는 다람쥐처럼 탑을 먼저 올라 내 손을 잡아줬다. 탑에 올라 손님들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던 날 기다리던 리리는 언니 언니, 여기 이뻐. 포토 포토하며 내 카메라를 뺏어갔다. 그 노력이 가상해 결국 1달러를 꺼내 줄 수밖에 없었다.

 

만달레이로 돌아가는 우리에게 또 오라며 손을 흔들어주던 민군의 아이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