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6. 2. 16. 06:00

 

 

매일 아침 톰슨가젤은 깨어난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안다. 사자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안다.

- 토마스 L 프리먼 '세계는 평평하다' 중에서

 

사자는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톰슨가젤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약육강식의 현장 아프리카 세렝게티, 누구나 세렝게티를 갈 때면 냉정하고 치열한 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살벌한 초원을 상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렝게티에서 사냥 장면을 직접 보았다는 여행자는 극히 드물다. 사냥은 주로 이른 새벽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목격한 사자들은 축 늘어져 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아양 떠는 강아지처럼 배를 하늘로 향해 발랑 뒤집은 채 잠들어 있는 사자를 보면 초원의 지배자다운 품위는 찾아볼 수도 없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맹수들의 사냥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운이 좋게도 먹이를 먹는 모습은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다. 바로 코앞에서 하이에나들이 귀찮은 독수리 떼를 쫒아내며 버펄로를 뜯어먹고 있는 광경도 보았고, 반 쯤 먹다 남긴 누 주변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사자무리도 보았다.

 

사실 아프리카는 우리들 대부분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존재해 왔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아프리카는 잔인하고 비정한 동물들의 세계, 에이즈와 에볼라에 신음하고 있으며 미개한 종족간의 갈등과 학살이 빈번한 곳, 또는 파리떼가 엉겨 붙어 있는 처연한 눈을 가진 굶주린 아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갈구하는 모습 등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낭만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다가 온다. 물론 극단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지역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는 아프리카의 일부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은 쫒고 쫒기는 생존경쟁의 터가 아니다. 오히려 여러 동물들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평화의 장이다. 운치 있는 아프리카 아카시아 나무를 배경으로 톰슨가젤, 임팔라, 얼룩말, 누 등이 점점이 흩어져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지상낙원을 방불케 한다.

 

물론 사자들의 습격에 대비하여 경계도 해야 하고 눈치도 봐야 하겠지만 그 정도의 불안감이야 어디 인간들의 세상살이에 비하겠는가? 배부른 사자는 절대 다른 동물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내일 먹을 것을 미리 비축하지도 않는다. 이유 없이 다른 동물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도 않는다. 일단 사자의 배만 부르고 나면 초원의 평화는 보장된다. 그런 면에서 포식자인 사자도 평화로운 초원 풍경의 한부분일 뿐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온갖 테러와 엽기적인 사건들에 지쳐서일까? 네 번째 찾은 아프리카 초원은 인간세상보다 훨씬 더 평화롭게 보였다. 최소한 공존의 법칙은 지켜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자가 아무리 포악한들 IS에 비할까? 확실히 이 세상은 아프리카 동물의 세계보다 더 시끄럽고 위험한 것 같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