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6. 6. 4. 02:59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해외여행 중 등산복 차림을 주제로 뜨겁게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논쟁의 발단은 모 여행사의 가이드가 '유럽은 등산을 하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시를 여행하는 곳이니 등산복은 꼭 피해주세요'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에 대해 옳은 말이라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내가 무슨 옷을 입건 웬 참견이냐는 비판적인 글도 많았다. 나 또한 한국인 유럽여행객의 등산복 차림에 대해 가급적이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수시로 피력한 바 있다.

 

 

 

 

 

 

등산복 차림의 유럽여행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색함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패션 감각의 기본은 TPO(Time, Place, Occasion)라는 단어로 함축된다. ‘때와 장소와 경우에 맞는 옷차림이 패션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TPO의 관점에서 볼 때 유럽도시에서의 등산복이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박물관이나 도심지에서 알록달록한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다니는 것은 양복 정장을 차려 입고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등산복 차림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기에 굳이 비난 받을 만한 일도 아니다. 단지 조금 어색할 뿐이다. 그 어색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얼굴 전면을 가리는 마스크 착용문제가 있다.

 

햇볕을 좋아하는 백인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직사광선에 약한 피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선블록 크림, 양산, 챙 넓은 모자, 선글라스 등이 여행의 필수품이 된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너무 지나칠 경우가 문제다.

 

특히 한강변에서 조깅할 때 많이 착용하는 복면 마스크는 유럽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유럽 사람들이 복면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을 만나면 흠칫 놀라기도 하고 은근슬쩍 피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들이 복면강도 또는 테러범을 연상했을까? 아니다.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저 사람 무슨 괴질에 걸렸느냐?’.

 

 

 

 

 

외국에 나가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현지 분위기에 어느 정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도 없어지거니와 무엇보다 그래야 스스로 편하다.

 

여행 옷차림은 편하고 실용적인 것이 우선이다. 여행하러 가는 것이지 패션쇼하러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옷차림이 여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사소한 행복을 줄 수는 있다.

 

하루를 마감하고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 테이블에 마주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며 웨이터의 극진한 서빙을 받는 순간을 상상해 보자. 하얀 식탁보와 빨간 와인, 테이블에 놓인 꽃 한송이, 미각을 돋우는 예술적인 애피타이저. 이런 자리엔 아무래도 원색적인 등산복보다 깔끔한 캐주얼 복장이 더 어울리기도 하고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여행가방을 꾸리면서 한번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때와 장소와 경우에 맞는 옷차림에 대하여.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