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6. 3. 28. 08:00

 

 

최근 운 좋게도 중국의 막고굴(둔황 석굴)과 인도의 아잔타/엘로라 석굴을 연달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설날에 다녀온 경주 석굴암까지 포함하면 짧은 시간 안에 3국의 대표적인 석굴 유산을 모두 본 셈이다.

 

이 유산들이 얼마나 위대하고 가치 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한 명의 여행자로서, 각국이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는지 그 인상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작년 가을, 중국 내몽고 답사길에 찾은 막고굴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특히 이들의 관람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관광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답사 전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막고굴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정교한 석굴 예술을 미리 감상할 수 있도록 영화를 상영했다.

 

 

 

 

 

 

 

 그리고 막고굴로 이동해선 전문 가이드가 석굴에 대한 심화된 설명을 해주었다. 석굴 내부 관람은 혼잡을 막기 위해 그룹과 그룹이 겹치지 않도록 입장시간에 간격을 두었다. 그리고 수신기를 이용함으로써 집중도를 더욱 높였다.

 

지금껏 크기만 하고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중국 유적에 대한 편견을 깨버린 막고굴은 이런 세심한 운영 덕에 내가 지금껏 방문했던 여행지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아름다운 벽화가 인상적인 막고굴과 달리 인도의 아잔타/엘로라 석굴은 규모와 조각에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오픈된 공간이었다. 점점 퇴색되어 가는 벽화와 부식된 조각들을 보면서 문화재 보존을 위해 각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덕에 여행자들은 어디든 자유로이 드나들면서 이 엄청난 유적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랑하는 석굴암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장 실망스러웠다. 석굴암은 보존을 위해 유리로 차단막을 설치하면서 한 면만 공개, 석굴암을 입체적으로 감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해 놨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록영화나 설명도 없다. 게다가 본존불을 바라볼 수 있는 법당 안은 너무 좁아 인원이 많을 경우 차분한 감상은커녕 눈으로 스치듯 지나가야 해서 허무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보존에도 철저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간 날에도 유리 차단막 안의 전실에는 제사상이 차려져 있었다. 최근에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불자들이 유리막 안에서 예불을 자주 드린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저렇게 관리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속상했다. 크나 큰 자부심으로 자신들의 유적을 소개하던 중국 해설원과 인도 가이드가 떠오르자 나는 내심 더 부끄러워졌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