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6. 5. 5. 08:00

 


바야흐로 봄이 성큼 다가왔다
. 이맘때쯤이면 봄을 알리는 신호인 제주도 유채꽃 사진이 뉴스와 SNS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예년 같으면 사무실에 앉아 좀처럼 줄지 않는 일거리에 한숨을 쉬며 부러운 눈으로 유채꽃 사진을 감상했겠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한 달 전, 나평·원양 출장길에 세계 최대의 유채꽃밭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9일 동안의 여정은 소수민족 하니족이 일군 거대한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원양에서 시작해 보자흑 호수와 카르스트 지형의 봉긋한 산들이 아름다웠던 구북을 지나 세계 최대의 유채꽃밭이 펼쳐진 나평을 거쳐 운남성의 중심 도시인 곤명에서 끝이 난다.

 

첫 번째 목적지인 원양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노호구 풍경구에서는 흐린 날씨로 인해 새빨간 노을빛이 물이 찬 다락밭에 비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시작된 한 치 앞도 볼 수 없던 짙은 안개를 예상했더라면 흐릿하게라도 보이던 다락밭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볼 걸 그랬다고 다들 아쉬워했다.

 

아무리 이 오지의 특징이 운무고, 이 안개와 구름을 이용해 물을 끌어와 다락밭 경작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여행의 초반부를 우울하게 하는 뿌연 안개가 원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안개도 여기 아니면 언제 또 볼 수 있겠냐는 긍정적인 손님들에 하늘이 감탄해서일까, 원양을 떠나자 날씨는 점점 좋아졌고 나평에 도착하자 절정에 이르렀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구북에서 나평으로 가는 4시간 동안 점점 자태를 드러내는 유채꽃 덕에 오후의 나른함과 차멀미도 잊을 수 있었고, 나평에 가까워질수록 창밖을 내다보는 우리 일행의 입에선 탄성이 커져갔다.

 

 눈 돌리는 곳마다 마치 노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유채꽃밭에 모두의 가슴 속에 몽글몽글 춘심이 피어나 이것을 보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 말이다. 긴 이동 끝에 나평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은 나평의 봄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형으로 함몰된 카르스트 지형 위에 유채꽃밭이 형성되어 그 어느 정원사도 흉내 내지 못할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나사전을 아침부터 방문, 머리에 화관을 하나씩 쓰고 일정을 시작하였다. 운남성이 자랑하는 구룡폭포를 한 바퀴 둘러본 뒤엔 소수민족 부이족의 전통 식당에서 꽃쌀밥이라 불리는 오색찹쌀밥과 유채꿀로 입 안에도 봄을 불어넣었다.

 

오후 일정은 금계봉 전망대 앞 너른 유채꽃밭에서의 자유 시간이었다. 알록달록 장신구를 단 순박한 소가 모는 달구지를 타고 가다, 발길 닿는 대로 꽃 사이를 거닐며 연하고 달큼한 유채줄기를 따 먹기도 했다. 걷다 다리가 아프면 살포시 길가에 앉아 머리에 씌운 화관에 싱싱한 유채꽃을 덧붙여 누구 화관이 더 화려한지 경쟁도 해 보는데 얼마나 평화롭던지.

 

금계봉 전망대에 올라 끝이 안 보이는 유채밭을 보고 있자니 안개 낀 원양의 다락밭은 아득해지고 이 순간 노란 유채꽃 바다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유채꽃이 지기 전, 1년에 단 한번만 모객하고 있기에 더 특별했던 나평·원양 여행! 덕분에 올 봄은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