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6. 6. 20. 03:21

 

3월말, 따사로운 봄기운과 함께 이탈리아를 종단하며 북부 베로나에서 남부 아말피까지 다양한 도시와 유적을 만나보고 왔다.

 

그 중에서도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도시는 역시 물의도시베네치아다.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물위에 떠있는 건물들과 수많은 배들이 낭만적이고도 독특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베네치아를 보통 자연적으로 형성된 섬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놀랍게도 인공섬이다. 567년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바다의 만 근처에 수많은 기둥을 박아 땅과 마을을 만든 것이 그 시초이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베네치아가 점차 물에 잠기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바로 우리에게 역질문을 해왔다. “어느 정도로 물이 찰 것 같나요?” 그러자 내 머릿속에서는 자동적으로 발목까지 물이 찰방거리는 베네치아가 떠올랐다.

 

물론 내가 서있는 곳에 물이 찬다니 잘 믿기지 않지만. 하지만 가이드는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 부근을 가리켰고 우리 일행들은 경악했다. ‘첨벙첨벙이 아니라 허우적허우적이라니!

 

베네치아가 겪고 있는 이 현상은 아쿠아알타(ACQUA ALTA)’로 이탈리아어로 높은 물을 의미한다. 달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시기의 높은 조류와 강한 바람이 만나 베네치아의 일부가 물에 잠기는 현상인데, 보통 해마다 가을과 겨울에 발생한다.

 

출장 후 관련 사진을 찾아보니 약간 충격적이다. 장화를 신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물 위로 판자를 설치하여 사람들이 그 위를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두기도 했다. 유적과 건물들이 물에 잠겨 있는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내가 다녀온 곳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물에 잠긴 베네치아를 보기 위해 아쿠아알타 기간에 맞춘 투어도 있다. 관광객들에게 아쿠아알타는 재밌는 경험이지만 베네치아 현지인들에게는 생계와 생존이 걸린 걱정거리이자 어두운 현실이다.

 

최근 아쿠아알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큰돈을 투자하여 만을 아예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함께 점점 심해지는 아쿠아알타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베네치아에서는 이른 아침의 조용한 산마르코 광장의 평화로움과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바쁘게 하루를 열던 현지인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베네치아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는 베네치아 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든다.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