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6. 5. 12. 06:30

 

 

평소에 TV를 전혀 안보지만 작년에 정말 열심히 챙겨보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한국에서 만나 친구가 된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각자의 나라와 고향을 함께 찾아가는 에피소드를 담은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대화하며 해외를 여행하는 것도 재미있고, 현지인이 함께 있기에 그들이 전하는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이들은 화려하고 유명한 여행지만 가는 것이 아니라 그 현지인의 고향을 찾아간다. 때문에 시청자로서 그들의 가족, 친구, 집을 보며 그 나라의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진짜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방문한 청년들과 초대한 가족 모두가 행복해 하는 모습에 매번 부러워하며 대리만족을 느낀 나는 언젠가 나도 저런 기회가 닿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그 꿈이 실현되었다. 나에게는 캐나다의 오로라빌리지에서 일하던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가족처럼 지낸 일본친구가 있다. 매번 서로 놀러오라고 말만하다가 지난 2, 드디어 친구의 고향인 가고시마로 날아갔다. 요약하자면, 이번 일본 여행은 내가 직접 찍어보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일본편이었다.

 

외국인 친구 1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게 된 나는 일본친구 가족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친구의 가족, 고향친구, 친척들까지 두루두루 다 만날 수 있었다. 일정 내내 친구의 집에서 머물며 따뜻하고 정성어린 가정식을 즐겼고 저녁에는 일본친구를 통역사 삼아 그 가족들과 함께 맥주를 기울이며 신나게 대화도 나누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일본친구의 고향친구들과 함께 동네 온천탕에 간일이다. 국적도 다른데 처음 보는 사이에 온천이라니! 평소 같으면 어색했을 일도 별들을 보며 노천탕을 즐기다 보니 몸도 마음도 녹아서 였을까. 말이 완벽하게 통하진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호기심 덕분에 오히려 마음을 열고 대화한 행복한 순간이었다.

 

 

 

 

 

 

머리가 몽롱해질 때까지 몸을 담근 후 일본인들이 온천 후 마신다는 탄산이 가득한 에너지 드링크를 마셨다. 밤공기는 상쾌하고, 속은 찌르르했다. 그리고는 곧 내 마음 속에서 색달랐던 이번 여행에 대한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귀국 날, 새벽에 공항으로 떠나는 나를 위해 친구의 아버지는 부스스하지만 따뜻한 모습으로 마중을 해주었고 어머니는 공항까지 차로 바래다준 후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손수 만든 엽서를 건네주셨다.

 

마치 그 가족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감동적인 대접에 나는 그들을 꼬옥 끌어안으며 나오는 눈물을 훔쳐야 했다. 온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따뜻했던 가고시마. 이 모든 행복한 기억들은 그 일본친구와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경험할 수 없었을 거다.

 

헤어지면서 일본친구와 가족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한국에 놀러오라고. 그리고 귀국한 난 가끔 그 친구와 가족을 한국으로 초대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언젠가 외칠 그 말을 기대하며. ‘웰컴 투 코리아!’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