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6. 6. 28. 06:30

 

 

그동안 세상의 오지라는 곳을 여러 군데 찾아 돌아다녔지만 이번에 다녀온 카자흐스탄의 알틴 에멜과 아씨고원은 오지 중에서도 지독한 오지였다. 더구나 우리가 알마티에 도착한 날을 전후하여 카자흐스탄에 2,000년 이후 최악의 폭우가 내렸다. 가뜩이나 만만치 않은 오프로드를 달려야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9대의 지프차에 나눠 타고 알틴 에멜의 악타우로 돌격했다. 하지만 트레킹을 위해 악타우의 뒤편으로 돌아가는 길에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진행방향의 대지가 온통 진흙뻘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씩씩한 가이드 쥴리는 지프차 지붕 위에 올라서서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차 몇 대가 진흙 수렁에 빠져 밧줄을 연결하여 견인해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심난한 마음에 우리 일행들 눈치를 살펴보니 의외로 모두 신난다는 표정이었다. 오지여행 을 제대로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차른 협곡에서 트레킹을 한 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아씨고원에 올라섰다. 비 때문에 희미하게 보이는 능선길은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때론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초원의 능선을 달리기도 하고 형편없이 망가진 길을 뒤뚱거리며 통과하기도 했다. 폭우로 불어난 냇물을 건너는가 하면 이름 모를 노란 꽃이 가득한 꽃길과 지극히 평화로운 실개천이 흐르는 풀밭 위를 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아씨고원을 통과하여 거의 다 내려왔을 때, 거대한 나무 두 그루가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져 도로를 막고 있었다. 어느 지프차에선가 전기톱을 들고 나와 나무를 자르고 통과했다.

 

오지여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 경험했던 것 같다. 우리 일행들은 여전히 이 상황을 너무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일부러 재미있으라고 장애물 코스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넘어가서 다르바자의 지옥의 문을 만났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의 한가운데 턱하니 아가리를 벌리고, 뜨거운 열기와 함께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는 필경 지옥으로 향하는 입구임에 틀림이 없었다.

 

 

 

 

 

 

30-40분 정도 머물면 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무려 3시간을 지옥의 문에서 체류하고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 곳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는 표현 이외에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치장한 으리으리한 건물들과 화려한 야간 조명, 심지어 가로등 하나까지 예술작품이었다.

 

그런데 정말 코믹했다. 오일 달러를 손에 쥔 절대 권력자 대통령이 자기 취향대로 도시를 맘껏 주물러 놨기 때문이다. 아슈하바트를 일컬어 독재자의 장난감 도시라고 혹평하더니 과연 그랬다. 하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히바, 부하라, 샤흐리삽스, 사마르칸트로 이어지는 주옥같은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들은 다양한 볼거리로 우리의 눈을 호강시켜 주었다. 특히 서유럽 대성당을 뛰어 넘는 모스크들의 화려함과 도시의 깊은 역사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처음으로 시도한 중앙아시아 여행, 반드시 가야할 곳으로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오는 9월 마지막 주에 2차팀이 출발한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