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6. 7. 4. 06:30

 

 

길고도 긴 14일간의 그리스·에게해 출장을 마치고 돌아 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시차적응을 하지 못한 몸에는 아직 피로가 가득하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 집으로, 사무실로 돌아오니 익숙한 환경, 익숙한 사람들,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상의 모든 상황이 나를 반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인솔자나 마찬가지겠지만, 출장을 가기 전마다 간절히 바란다. 제발 아무 문제없이 여행이 순조롭기를. 미리 걱정해도 소용없을 일들에 마음을 쓰다보면 출장 전 악몽을 꾸는 일은 다반사다. 특히 요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그리스이기에 다른 여행보다 긴장감이 더 했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 3일 전 밤, 현지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그리스 부두 노동자 파업이 갑자기 연장됨에 따라 2일차에 타기로 한 아테네미코노스 구간의 페리 탑승이 취소됐다는 비보였다. 부랴부랴 항공편을 찾아 거금을 들여 예약했지만 그나마도 3장의 티켓은 구할 수 없었다.

 

 

 

 

 

 

 

당일 오전까지 대기 상태였던 3장의 티켓 때문에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아크로폴리스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마음은 타들어 갔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현지 사무실로, 공항으로 연락하느라 전화기엔 불이 났다.

 

결국 공항에 도착해 항공사 직원을 붙잡고 사정사정해 보아도 돌아오는 건 선박취소로 인해 모든 비행기가 풀북이라 힘들 거라는 부정적인 답변뿐이었다. 티켓을 구한 손님들만 먼저 게이트로 들여보내고 보딩이 끝나기 직전까지 항공사 직원을 괴롭힌 끝에, 노쇼 티켓 두 장을 얻어내 모든 손님과 가이드만 보내고 덩그러니 홀로 공항에 남게 되었다.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공항에 오라는 직원의 야속한 말에 2명이라도 보내줘서 고맙다는 진심어린 감사의 대답을 전하고 쓸쓸히 공항을 나섰다.

 

공항 근처 호텔에 도착하니 곤두섰던 신경이 녹아내리는 것도 잠시, 인솔자 없이 미코노스로 갔을 21분의 손님 걱정에 다시금 불안해졌다. 아무리 가이드가 함께 있다 하더라도 인솔자가 할 일은 따로 있으니 식사는 잘 하셨을지, 짐은 잘 도착했을지, 호텔 방은 제대로 배정이 됐을지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다음 날 일찍, 미코노스에 도착해 호텔 조식당에서 손님들을 만났다. 비록 3일차밖에 안됐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초반 액땜을 크게 해서 그럴까, 그 후의 일정은 큰 문제가 없었다.

 

위대한 고대 유적지, 에게해의 푸른 물빛, 비코스 협곡과 메테오라의 장엄한 광경 등 그리스 여행에 대해 말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나에게 있어 이번 출장은 입사 후 겪은 제일 큰 고행이었고, 동시에 어떤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이번 출장, 그래도 이런 경험은 한번이면 족하니 다음번은 모든 게 순탄하길 바래본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