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6. 11. 22. 06:00


가든루트로 알려진 남아공의 전원을 달려와서 포스트벅 야생화 보호구역
(Postburg Wildflower Reserve)으로 발길을 돌렸다. 1년 중 딱 두 달, 8월과 9월에만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는 곳이다.

포스트벅 보호구역에 들어선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눈 닿는 곳 그 어디에나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온 천지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리 짐작은 하고 왔지만 야생화 벌판의 규모는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그 야생화 꽃밭 사이로 난 희미한 산책로를 따라
12km에 이르는 꽃길 트레킹을 감행했다. 정말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평생 보아온 꽃들을 다 모은다 해도 이곳보다는 적을 것 같았다. 게다가 흰색, 오렌지색, 빨간색, 파란색 등 야생화들의 강렬하고 현란한 색감은 그 화려함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포스트벅 야생화 보호구역에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슴이 먹먹해 질만큼 큰 감동의 파노라마였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에 절로 두 손이 모아지는 현장이었다.


이곳의 야생화들은 10달 동안 대서양의 혹독한 바람을 견디며 때를 기다려 왔다. 기나긴 산고(産苦)의 아픔을 겪으며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8월에 이르러 일제히 맹렬한 기세로 꽃망울을 터트린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는 듯꽃들은 저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치열하게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다음엔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로 넘어갔다
. 아프리카 야생의 한복판에 던져진 것이다. 하룻밤에 2,000달러나 하는 롯지에 도착하자마자 호사를 누릴 여유도 없이 호텔 매니저에게 경고부터 들어야 했다. 롯지 안에서 이동할 때도 직원의 도움 없이는 혼자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무심코 흘러들을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내 방문 앞에 거대한 코끼리가 버티고 서있어 1시간 동안이나 방에 들어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오카방고 델타를 돌아보았다
.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강줄기를 따라 얼룩말, 기린, 버펄로, 하마, 임팔라 등이 무리를 지어 터를 잡고 있었다.


같은 아프리카지만 케냐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 세렝게티에서는 동물에만 초점을 두었던 반면 이곳 오카방고 델타에서는 대자연과 어우러진 동물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당연히 우리 일행들 사이에서 ‘This is Africa'라는 말이 유행처럼 자주 흘러나왔다. 그리고 오카방고 델타의 상징과도 같은 모코로투어는 동물사파리, 낭만, 정적인 평화 등등이 조화를 이룬 완벽한 행복을 제공해 주었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이었다. 저녁시간, 롯지 뒤편의 워터홀로 천천히 걸어 나가보니 석양을 등지고 여러 마리의 코끼리 가족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침묵 속에 거행된 코끼리 가족의 나들이는 성스러운 종교의식을 보는 듯 했다.


이윽고 어둠이 깃들자
5마리의 코뿔소가 찾아와 서로 코뿔을 들이대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6마리의 사자 가족이 물가에 등장해 코뿔소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조성해 마른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결국 이날 밤의 신경전은 애꿎게도 눈치 없이 물가로 찾아온 오소리 두 마리가 희생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동안 아프리카를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이날 밤처럼 흥분되고 긴장되었던 적은 없었다.


이번에 처음 출발한 아프리카여행은 기존 아프리카 여행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의미가 있었다. 마치 아프리카가 얼마나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This is Africa? 아니다. ‘This is real Africa'가 맞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