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토의 3분의2가 알프스인 스위스 여행의 묘미는 관광열차를 타고 차량으로는 가기 힘든 산 속 깊숙한 곳의 절경들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스위스엔 빙하 특급, 골든 패스, 베르니나 특급, 빌헬름텔 특급 등 관광열차가 유난히도 잘 발달되어 있다.
이번에 다녀온 알프스 여행 중 마테호른의 마을이자 빙하특급의 기착지인 체르마트 역에서 낯익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한글로 쓰인 코레일의 분천역 표지판이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2013년 5월 한국과 스위스의 수교 50주년을 맞아 ‘협곡열차와 작은 산골 마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분천역과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맺었단다.
이것을 보니 작년 겨울에 다녀온 V트레인 기차여행이 떠올랐다. V트레인은 2013년 3월에 개통한 강원도 태백 철암역에서 경상북도 봉화 분천역까지 왕복 운행하는 관광열차로 ‘V’는 바로 백두대간의 ‘Vally(협곡)’에서 따왔다고 한다.
백두대간협곡열차로 불리는 V트레인이 바로 스위스의 관광열차를 롤 모델로 삼은 것이었고 한국의 산중 깊숙한 곳에서 체르마트라는 지명을 보았을 당시에는 무척이나 생소했었다.
사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알프스의 풍경을 배경삼아 달리는 스위스의 관광열차와 V트레인을 비교하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다. 하지만 각각의 관광열차를 직접 탑승해 보니 스위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관광열차들의 장점을 두루 잘 받아들여 V트레인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을 제외한 공간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승객들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하였고, 태양광을 이용한 친환경 열차인데다 목탄난로를 설치, 복고풍의 추억여행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른 열차와는 다르게 승무원들이 열차가 이동하는 동안 계속해서 안내 설명을 해주었던 것도 특이하였다.
탑승 시간은 1시간 10분 정도로 짧은 편이지만 구간 사이의 낙동정맥 트레일이나 낙동강 비경길도 가볍게 트레킹 할 수도 있어 주말 여행코스로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다시 V트레인 기차여행으로 분천역을 찾아 이번엔 체르마트 역을 추억해볼까 한다. [추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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