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6. 7. 7. 06:30

 

 

여행사 직원의 도전정신이라고 해야 하나? 오키나와 여행하면 보통 본토섬만 34일 정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모험심을 부려 일본 열도의 최남단 아에야마제도까지 가보기로 했다.

 

짧은 오키나와 본토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동양의 하와이라고 하는 아에야마 제도로 이동하는 날. 이동에 반나절이 걸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역시 여행이란 예측이 불가능한 법. 아침 일찍 길을 나섰지만 결국 저녁밥 먹을 때쯤 이리오모테섬 숙소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우리나라의 울릉도 혹은 독도쯤 되는 그곳엔 외국인 여행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오로지 일본어만 가능한 곳이었다. 순전히 나의 무모함과 남편의 짧은 일본어실력으로 헤쳐 나갈 수밖에.

 

이리오모테섬의 대표적인 액티비티, 맹그로브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구성원은 일본인 부녀와 우리 부부 그리고 스텝 2.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바삐 움직이며 꼼꼼히 설명을 해주는 것은 물론 중간 중간 사진까지 찍어주는 가이드 켄. 여행 후에 사진 CD까지 만들어준다는 얘기에 빙그레 웃음이 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숲 트레킹 후에 도착한 폭포 앞에서 자리를 잡더니 배낭에서 주섬주섬 살림을 꺼내놓는다. 휴대용 버너, 코펠, 그릇 등을 꺼내더니 국수를 삶고 페트병의 육수를 데워 뚝딱뚝딱 오키나와 전통 국수를 만들어내었다. “~~ 테마세이 인솔자보다 훨씬 낫다~~” 그 정성에 감복해 꽤 양이 많았던 국수를 남김없이 국물까지 해치웠다.

 

산을 내려와 다시 가진 휴식시간, 이번에도 가방 속에서 버너와 코펠을 꺼내더니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소박하지만 챙겨온 정성이 엿보이는 작은 접시에 과자까지 담아서 차와 함께 나누어주는데, 물론 상황은 다르지만 미얀마 일출 때 손님들을 위하여 준비했던 티타임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나도 접시에 간식까지 준비했어야 했나? 괜한 경쟁심이 발동하기도 했다.

 

 

 

 

 

 

 

이번 오키나와&아에야마 휴가 여행에서는 유난히 만났던 사람들 기억이 많이 난다.

 

능숙한 영어실력으로 우리를 안내해준 이리오모테섬의 가이드 켄, 한류에 푹 빠져 있던 타케토미섬 게스트하우스의 여주인장, 이시가키섬에서 스노클링할 때 외국인인 우리 둘만을 위하여 특별히 함께했던 영어 가이드 등등.

 

이번 여행을 앞두고 읽었던 책에서 내 머리와 마음을 강렬하게 때렸던 구절, “여행을 다니며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그 지역의 풍경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풍경은 비로소 펼쳐지고 깊이가 생긴다.” 나도 언젠가는 내 나라 풍경 좋은 어느 곳에서 그 누군가가 되어보고 싶은 작은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