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6. 9. 5. 06:00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도무지 뺄 사진이 없다. 토스카나&돌로미테 여행앨범작업을 하는 중인데 트레치메 트레킹 사진에서 자꾸 시간이 지체된다. 15개의 여행앨범을 만드는 동안 수없이 다시 본 사진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 떨리는 풍경을 맞이했던 곳, 바로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테 지역의 트레치메이다. 이탈리아어로 셋(트레), 봉우리(치메)를 뜻하는 트레치메는 이름 그대로 세 봉우리가 함께 있는 곳으로 돌로미테 봉우리들의 파노라마가 장엄하게 펼쳐지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이다.

 


 




올해 토스카나
&돌로미테 여행 일정이 바뀌면서 새롭게 추가된 코스인데, 이번에는 맛보기 정도로 약 3시간에 걸쳐 중간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날씨와 손님들만 따라준다면 완주를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걷는 거 좋아하고, 남들 안 가본데 가보는 거 좋아하고, 높은 데 올라가는 거 좋아하지만, 같은 길 되돌아 나오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그 날이 다가왔고, 날씨마저 우리 편이었다. 앞선 일정에서 체력이 검증된 우리 손님들도 든든했다. 모두들 시작 전부터 한 바퀴 완주로 뜻을 모았다. 차분하기만 했던 인솔자의 마음도 실로 오랜만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트레치메를 동서남북 사방에서 조망하며 걷는 길
, 눈을 이고 있는 험한 바위산들이 가까이에서 혹은 저 멀리에서 우리를 호위해주는 것 같았다. 세 봉우리 사이를 드나드는 흰 구름과 탁 트인 풍경 그리고 섬세하게 이어진 한 줄의 길, 다른 차원의 세계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예상 못한 복병들도 많았다. 눈이 미처 녹지 않은 길, 오른편이 바로 낭떠러지였던 가느다란 길, 가파른 오르막길 등등,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이어지는 절경이었다.

 

하늘 위로 거침없이 솟아있는 암봉들과 황량하지만 생명의 기운을 머금은 들판, 그리고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등, 하염없이 풍경에 홀려 그저 인간에게 허용된 한 줄의 길을 따라 걸었다.

 

꼬박 4시간을 걷고 다시 인간 세계로 내려오는 길,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신의 세계는 다시 안개에 휩싸이고 있었다. 우리가 걸었던 그 공간과 시간은 꿈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현실 세계의 나는 사무실에 앉아 그저 그 때의 사진을 보고 또 보는 것으로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