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6. 9. 29. 06:00

 

오지라고 아무리 강조하고 방문해도 정말 오지여서 놀라는 경우가 있다. 몽골 같은 나라다.

 

몽골 여행은 샤워, 난방, 화장실, 이동 등 거의 모든 것이 힘겹다. 몽골 초원의 유일한 숙박시설인 게르(Ger) 캠핑장은 물론, 그 지역에서 가장 좋다는 호텔을 가더라도 늘 샤워기의 물줄기는 어눌하기만 하다.

 

그래서 손님들은 씻은 티 나는 사람, 씻어도 티 안 나는 사람, 안 씻어도 티 안 나는 사람을 가려보자며 며칠간 아예 샤워를 안 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늘 단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인솔자인지라 난 추운데도 매일 머리를 감았다. 집에서는 게으름을 미덕으로 삼는 내가 이 무슨 유난이란 말인가.

 


 




캠핑장에선 화장실 가는 것도 문제다
. 적어도 걸어서 2분 정도는 걸리니 한밤중에 화장실을 가는 것은 은근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 일이다. 물론 이동 중에는 더 심해 제대로 된 화장실은 생각지도 못한다.

 

몽골에서 인솔자는 그 어떤 곳에서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게르 안의 화목난로가 몇 시간만 지나면 꺼지는 통에 밤마다 일어나 불을 피워야 하기 때문이다. 불장난이 재미있다지만 새벽 3시에 할 일은 못된다.

 

그러나 나는 몽골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즐거웠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즐거웠다.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몽골의 경우처럼 여러 손님들이 왜 이렇게 좋은 여행지를 널리 알리지 않느냐, 소식지에 꼭 몽골 여행에 대해 써라고 인솔자를 압박하는 곳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행이 끝난 후에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 소식지에서는 몽골 여행을 강력히 광고하기로 했다.

 

몽골의 매력은 무엇일까? 친절한 사람들, 값 싼 캐시미어 제품, 야외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말 타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광활함이 가장 매혹적이었다.

 


 




섬과 같은 남한
, 그것도 눈 닿는 곳 모두 빌딩 혹은 산으로 막힌 서울에서 자란 나로서는 알지 못하기에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을 몽골은 시시각각 보여주었다. 푸른 산과 초록 산이 먼 땅 끝에서 만나면 검푸른 색이 된다는 것을 체험하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드넓은 초원 위에 낮게 깔린 구름이 점점이 그늘을 드리우는 풍경을 본 적 없기에 나는 꿈에서조차 그려본 일이 없다. 이번 여행으로 나는 상상보다 앞서는 것이 경험임을 크게 깨달았다.

 

아쉽게도 올 시즌 몽골 여행은 끝났다. 일찍 겨울이 찾아오는 지역인 만큼 이제 곧 추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에 별 두려움이 없는 배낭여행자 체질이지만 이런 내가 보아도 몽골에선 개인 여행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뚝뚝 떨어져 있는 여행지를 이어주는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고, 숙박시설도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영어도 거의 통하지 않는다. ‘저 게르에서 좌회전 후 10km 직진이 주소인 곳이니 외국인이 차를 빌려 여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테마세이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내년 6월까지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 불편한 중에 그나마 덜 불편한 여행이 되겠지만, 몽골은 그 어떤 것을 상상하더라도 분명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구지회]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