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6. 10. 11. 06:00

 

작년 여름은 나의 어머니에겐 너무나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유럽을, 그것도 열흘 넘게 친구들과 여행한 소중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어머니 합창단원으로 활동 중인 어머니는 그곳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음악여행을 꿈꾸며 조금씩 저축을 해왔다. 5년의 긴 준비 끝에 작년 7, 음악여행은 아니지만 4명의 합창 친구들과 테마세이투어의 스페인북부순례 11을 신청했다. 가기 전부터 ‘GO GO SPAIN’이라는 채팅방을 만들어 정보를 열성적으로 공유하던 그녀들은 출발 당일 설렘과 흥분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국을 떠났다.

 


 

 




일정 내 간간이 보내온 사진 속에서 세상을 다가진 그녀들의 표정에서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해 나 또한 안심할 수 있었다
. 귀국 날, “다녀왔어~정말 너무너무 행복했어~!”라며 포옹하는 어머니를 보니 어찌나 기쁘던지. 물론 이 5명이라면 어디를 갔어도 행복하겠지만 직원으로서 뿌듯함과 책임감이 샘솟았다. 이날은 어머니가 눈을 반짝이며 여행 이야기를 쏟아내는 통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어머니가 만난 스페인은 새로움이었다. 문화와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맛있는 음식과 열정적인 스페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때문에 아무리 피곤해도 매일 아침과 밤 산책은 빼놓을 수가 없었고, 그 시간에 오롯이 마주한 마을들이 참 예뻤다고 한다. 또한 자유시간에 아기자기한 골목과 상점들을 너무 만끽하다가 모임시간에 늦을 뻔해 눈썹 휘날리게 뛰어야 한 순간까지 어머니에겐 모두 행복이었다.

 

그 외에도 부르고스의 아름다운 대성당, 현지인이 바글바글한 핀초스 골목의 냄새, 건물 자체로 압도적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예스러움이 가득한 파라도르 등 모든 것이 진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역시나 마음속 1번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라고 했다.

 



 




도착하니 광장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서로 얼싸안으며 큰 환희를 나누고 있었고 그때 어머니는 함께하지도 않았건만 왠지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와 울컥했다고 한다
. 그리고 그날 밤, 5명은 산티아고 광장 안에서 작지만 오래도록 꿈꿔왔던 야외 합창 공연을 했다. 지나가던 외국인들도 잠시 멈춰 공연을 지켜보았고, 5명의 목소리는 산티아고 광장 안에서 조용히 울려 퍼졌다. 아직까지도 어머니는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벅차오름을 느끼는 것 같다.

 

여행 후 그녀들은 산티아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여전히 ‘GO GO SPAIN’ 채팅방에서 사진과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719. 스페인 여행의 1주년을 맞아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 입을 맞춘 것도 아닌데 각자 스페인에서 산 액세서리, 스카프, , 가방 등을 장착하고 나와 한참을 웃었다는 그녀들은 몇 시간동안이나 스페인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들의 뜨거운 스페인 사랑은 또 다른 여행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섯 여자들의 여행을 격하게 응원하는 나로서는 그녀들의 다음 행보가 정말 기대된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