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7. 1. 26. 06:30

 

최근 방송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C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좌석을 예약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레스토랑에 찾아가면 빈자리가 30-40%나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예약을 해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손님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노쇼(No Show)라고 부르는 예약부도 사태는 모든 서비스 업종의 골칫거리다.

 

태국 관광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한국인을 띵똥이라는 속어로 부른다. 태국어로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리 예약한 호텔, 식당, 마사지 업소 등에 한국인의 노쇼 확률이 20%라는 통계가 있는데, 심지어는 예약시간보다 훨씬 늦게 나타나서 막무가내로 자리를 내놓으라는 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업 또한 마찬가지여서 여행 예약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된 지 오래다
. 노쇼(No Show)는 거의 없지만 예약변경은 무척이나 심해서 여행 출발 일주일 전까지도 최종 출발인원이 몇 명인지 여행사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현지 호텔이나 식당예약에 막판까지 혼선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은 예약변경이 많은 것일까? 아직은 예약문화에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해 예약을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측면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를 우리만의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이해하고 싶다. 서구인들과는 달리 한국인들은 주변인들과 매우 깊숙이 얽힌 삶을 살고 있다. 개인 생활의 영역에 주변 친지들과의 관계가 큰 비중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행계획이 주변 사정에 의해 수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정서가 아직은 그렇다. 한마디로 개인여행이 집안 행사에 빠지는 이유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다.

 

테마세이투어 프로그램에는 유독 특별한 지역, 특별한 호텔이 많은데 이런 곳들은 그동안 예약에 너무나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미 6개월 전에 예약 마감됐다.’는 답변을 수도 없이 들어왔던 것이다. 게다가 이런 지역들은 예약과 동시에 100% 결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호텔이나 교통편 등을 미리 확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항상 애를 태워왔다. 그러다보니 6개월 전에 예약을 하는 유럽인들의 여행 예약문화가 여간 부러웠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 테마세이투어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6개월은 물론 1년 전부터 예약을 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내년 7-8월에 예정된 아이슬란드 여행은 6개 팀을 목표로 호텔 예약을 사전에 진행했는데, 아직 8개월 이상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신청마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름 아프리카 여행, 봄의 남프랑스, 알프스 일주 여행 등도 벌써 신청자가 적지 않다. 예약변경이나 취소율도 현저히 떨어지는 추세다.

 

이른 여행예약은 보다 좋은 호텔과 식당 등의 예약으로 이어지기에 무척 고무적이다. 유럽인들의 예약문화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날이 가까워지는 듯하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