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6. 11. 29. 06:00

 

남프랑스 출장 준비로 한창 여행지 정보를 수집하던 때였다. ‘퐁 뒤 가르를 검색해보니 현재까지 남아있는 로마 수도교 중 가장 잘 보존된 유적이라는 것과 함께 5유로 지폐 뒷면 그림의 모델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띄었다. 서랍 안의 5유로를 꺼내어 사진과 대조해 보니 과연! 정말 똑같았다. 지폐에 들어가는 유적이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퐁 뒤 가르를 만나는 날
. 과거 로마인들이 솜씨 좋게 쌓아올린 높이 약 49m의 거대한 수도교가 눈앞에 보이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가르강을 가로지르며 고고하게 서있는 그 모습에 압도당한 나는 로마의 기술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곧 손님들께 5유로 지폐를 직접 펼쳐 보이며 퐁 뒤 가르의 가치를 자랑하기에 바빴다.

 

내친김에 귀국 후 유로화에 대해 더 찾아보았다. 현재 유럽의 국가들 중 28개국이 유럽연합으로 가입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19개국만이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나 이 유로존의 단일 통화인 유로화 지폐 디자인에 담겨진 의미가 재밌다.

 

이 유로화의 디자인은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의 화폐 디자이너인 칼리안(Robert Kalina)이 담당했는데, 그가 디자인한 총 7가지의 지폐(5, 10, 20, 50, 100, 200, 500유로)에는 전 유럽사를 대표하는 7가지의 건축양식인 그리스&로마,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로코코, 19세기의 철제양식과 아르누보, 현대건축이 시대 순으로 담겨져 있다.

 

그리고 지폐 앞면에는 각 시대의 건축양식으로 표현된 문이나 창문, 뒷면에는 유럽 `지도와 함께 다리가 그려 넣어져 있다. 이는 유럽연합이 열린 마음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고 협동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가지고 있는 유로화 몇 장을 뒤집어보니 정말 양면으로 각 시대의 건축양식이 들어가 있다
. 로마의 수도교와 이오니아 양식부터 고딕양식의 커다란 스테인드글라스와 화려한 로코코장식들을 거쳐 20세기의 현대 건축양식까지. 7가지 알록달록한 유로 지폐를 보고 있자니 유럽사가 요약된 한권의 책을 보는 묘한 기분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지폐의 몇몇 그림이 실존하는 유적을 연상시키지만, 의외로 가상의 이미지로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5유로 뒷면 그림 역시 퐁 뒤 가르를 참고했겠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퐁 뒤 가르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역시나 세부 장식이 완벽하게 똑같진 않다. 이는 통합을 목표로 하는 유로존이기 때문에, 화폐에 특정 나라의 실제 유적을 그려 넣어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덕분에 이 화폐의 이미지들은 모든 유럽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친숙함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물론 옛날처럼 각국의 특색이 담긴 화폐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유럽연합이 추구하고자 하는 통합과 협동의 의의를 엿볼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한 유로화 공부였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