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1. 2. 06:00

 


여행사에 근무하다보면 자연스레 국제 뉴스에 눈길이 많이 간다. 밤새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들보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우리의 여행에 민감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항상 바깥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작년부터 되짚어 보면 에볼라, 그리스 사태, 동유럽 난민, 미얀마 총선, 그리고 11월에 터진 파리 동시다발 테러 등에 우리 모두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런 상황들은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여행객의 감소나 현지 투어 중 곤란함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준비한 여행 상품들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수 있었고 연말엔 테마세이투어 직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2016년은 전 세계가 무탈하길 바랐다.

 


 




그러나 바람이 무색하게도
2016년이 시작되자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올 초부터 대두되던 지카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벨기에 공항 테러, 이태리 지진 등 연달아 터지는 안전과 관련된 이슈에 우리 모두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6월에 현실화된 브렉시트로 인해 환율이 요동치는 일은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기에 그저 애교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아슬아슬했던 상반기를 지나 7월 중순 갑작스레 터진 니스 테러에 그저 말문이 막혔다. 당시 두 달 가량의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던 가을 남프랑스 여행부터 비상이 걸렸고 사안이 사안인 만큼, 손님들의 우려에 우리 스스로도 속 시원한 대처를 할 수 없어 답답했던 날들이 흘러갔다.

 

테러가 일어났다고 바로 상품을 취소하기엔 여행사의 손실도 손실이지만, 신청한 손님 한 분 한 분의 설렘과 소망을 잘라내는 것 같아 쉽사리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과 어렵게 시간을 내어 추억을 쌓으러 가고 싶다는 마음도 혹시 모를 위험에 불안해하는 마음 못지않게 우리에겐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분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의견을 들어 본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는 예정대로 남프랑스로 떠났다.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신변안전에 주의하라는 외교부발 자동 문자를 받고 본격적인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돼 각지에 경계태세가 강화되었고 비슷한 지역에 연달아 테러가 일어날 확률은 적을 것이라고 믿고 정해진 일정을 밝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진행하자고 다짐했다.

 


 




장밋빛 도시 툴루즈
, 세월을 지탱하며 서 있는 카르카손의 성채, 서서히 단풍잎이 져가는 프로방스 지방의 플라타너스 길에 비치는 햇살, 빛의 채석장에서 만난 샤갈, 이프 섬의 해풍, 르 토로네 수도원의 적막함, 파란색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던 코트다쥐르 해안 드라이빙…….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남프랑스 출장은 그 동안 갔었던 출장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매 순간이 아름답고 즐거웠다.

 

물론, 이전과 다르게 주요 미술관, 수도원, 교황청 등에서 까다로운 소지품 검사가 있었고, 대형 호텔에선 투숙객 전원의 엄격한 신분 확인이 필요해 평소보다 체크인이 배는 오래 걸렸지만, 그 정도의 불편함은 안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아무런 문제없이 여행을 마치고 나니 결과적으로는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름에 발생한 니스테러와 같은 사건은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제 뉴스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 세계에 자행되고 있는 이러한 비극이 언제까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우리의 길을 묵묵히 갈 수 있도록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련으로 최소화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