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1. 5. 06:00


내가 크로아티아 여행을 꿈꾸게 된 계기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세계의 비현실적인 풍경 시리즈때문이었다. 그 중에서 오묘한 에메랄드빛의 플리트비체가 나를 매료시켰다.

 

드디어 지난 10,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여행을 인솔할 기회가 왔다. 그런데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건만 의외로 시큰둥한 마음이 먼저였다. 너무 알려져 버렸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근래 각종 방송에서 크게 대두된 크로아티아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덕분에 청개구리 심보를 가진 나는 흔한 여행지(?)는 별로라는 생각에 크로아티아에 대한 호평도 과장된 의견이 많을 것이라는 의심부터 들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출장은 이 의심 많은 인솔자에게 기분 좋은 반전을 주었다






출장을 다니다보면 각 지역별로 기억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있다
. 가령 스페인에서는 맛있는 음식, 아이슬란드에서는 깨끗한 공기라고 한다면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에서의 핵심 키워드는 색()이었다.

 

우선 처음 만난 색은 플리트비체의 에메랄드빛이다. 다행히 맑은 하늘 덕분에 사진에서 보던 것과 같이 투명한 에메랄드빛 플리트비체를 즐길 수 있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그 모습은 요정의 숲 그 자체였다. 게다가 반나절 동안 공원을 거닐다가 만난 순간의 보슬비는 울창한 숲을 더욱 푸르게 색칠하는 물감과도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다음으로 만난 것은 아드리아 해의 파란색이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동하면서 본 아드리아 해는 마치 짙푸른 파란색에 은빛 물을 살짝 뿌린 것 같아서 이동하는 내내 창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은빛 파란색은 어찌나 선명하게 각인 되었는지 출장 후 며칠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 한쪽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자다르에서 본 붉은색의 노을도 빼놓을 수 없다. 해질 무렵 모두 바닷가에 걸터앉아 노을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넘실거리는 파도가 바다오르간을 치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불협화음 연주 또한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이윽고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평온했던 시간 속 하늘에 펼쳐진 아름답고 황홀한 붉은 색은 우리들의 마음까지 붉게 물들였다.

 






여행에서 항상 밝은 색만 만날 수는 없는 법
! 어느 날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바람이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차바퀴가 완전히 다 잠길 정도로 장대비가 오는 회색의 하루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하늘은 마지막까지 우리를 잊지 않았다.

 

전날 재앙 같은 날씨에 대해 보상이라도 내리는 듯 두브로브닉을 즐기는 날, 일정 중 가장 좋은 날씨가 펼쳐졌다. 그리고 선명하게 펼쳐지던 주황색의 물결이란! 어디에서 어느 각도에서 보던 눈을 꽉 채우는 건물 지붕의 주황색과 또다시 만난 은색의 푸른 바다는 선명한 색의 대조를 보여주고 있어 짜릿하기까지 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좀처럼 맑은 날을 보기가 힘든 요즘,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에서 만난 강렬한 색들을 떠올리니 올 하반기 제대로 눈 호강을 했구나 싶다. 출장 전 크로아티아에 대해 시큰둥했던 나를 반성해보며, 크로아티아 여행만큼은 모든 분들에게 등을 떠밀어서라도 추천해 드리고 싶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